[표류하는 ICT 사령탑] ⑤ 'SKT·CJ헬로 M&A' 논란 키워...방송통신정책 컨트롤타워의 不在,

2016-03-08 15:21
미래부 창조없는 '식물부처'로 전락

[최양희 미래부 장관 ]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과 관련해 통신업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각사의 이해타산에 입각해 감정적인 비난만 난무하는 흡사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특히 인수합병 인가권한을 쥐고있는 정부가 뚜렷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부랴부랴 개최한 공청회도 되레 업계의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방송통신정책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높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CJ헬로비전을 1조원에 인수, SK브로드밴드를 흡수합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른바 '통신'과 '방송'이라는 '거대 공룡'의 탄생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전이되고, 요금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질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에 따른 시장경쟁촉진을 근거로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업계 간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같은 논쟁을 잠재우기 위해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듭 열었지만 논의에 진척이 전혀 없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오히려 미래부의 모호한 인수합병 심사기준과 부실한 자료공개로 업계의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는 비판이다.

현재 진행중인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 업체(SO)간 재송신료(CPS) 분쟁에서도 미래부의 역할은 찾을 수가 없다. 지상파와 케이블TV는 3년 전부터 VOD 콘텐츠의 재전송료 인상 협상을 놓고 소송까지 벌이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미래부는 방통위와 분쟁 조정을 목적으로 공식적·비공식적인 간담회를 열었을 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방통위와 불협화음속에 지상파와 케이블TV의 협상 대안도 마련하지 못한 '식물부처'라는 오명만 남겼다.

이 밖에도 미래부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제도 개선, 제4이동통신 신규 사업자 선정 등 굵직굵직한 정책 추진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각에서 미래부를 '창조경제 주무부처'가 아닌 '창조없는 주무부처'로 불리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미래부가 형식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보여주기 땜질식 정책을 자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장 지배력 검증은 물론, 학술적 평가 방법론 도입 등 보다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또 이동통신업체 인수합병 해외 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4월 컴캐스트-TWC 합병을 불허한 바 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미국 유료방송시장의 30%, 인터넷 시장 57%를 점유하게 돼 소비자 편익 감소를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심영섭 한국외대 강사는 "정부가 인수합병 과정에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하고, 가격상승 요인 및 시장 지배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