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ICT사령탑] ④ '단통법' 자화자찬에 눈감고 귀닫은 미래부... "설 곳 잃은 골목상권"
2016-03-07 15:17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용자 차별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 1년 6개월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폐지론이 힘을 얻는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단통법 시행 후 휴대폰 출고원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의 구매가 줄면서 시장 파이가 격감하고, 중소 휴대폰 판매·대리점의 이익이 크게 줄어 폐점까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적자에 허덕이는 소상공인의 현실은 외면한 채 단통법을 통해 불법 보조금으로 무질서했던 이통시장의 안정화를 이뤄냈다고 '자화자찬'만 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규제 풀어 경제 살리자'는 정부 정책에 단통법이 역행하고 있다는 점은 '창조경제' 주무 부처인 미래부 스스로도 인정하는 모양새다.
지난 4일 주파수 경매 방안 공개 자리에서 미래부는 이동통신 시장 전체 규모가 2011년 22조원에서 2014년 24조원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단통법 및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 둔화 추세로 시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단통법 이후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리점보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판매점만 피해를 보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판매점은 2만168곳에서 1만8300여 곳으로 2000여 개에 달하는 판매점이 문을 닫았다. 이에 반해 이 기간 이통사 직영점은 8424곳에서 9900여 곳으로 되레 늘었다.
협회 측은 최근 1년 새 판매점당 단말기 월 수익은 720만원에서 375만원으로 48% 이하로 줄었고, 시장은 기기변경으로 인한 판매채널 약세로 판매 수익 회복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판매점당 월 유지비(약 700만원)를 고려하면 연간 4000만원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단통법을 통한 환경 변화에 따라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가입자를 모집하는 불법 보조금 경쟁도 점점 가열되는 양상이다. 점주 입장에서 벼랑끝 영업 카드로 불법 보조금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리베이트를 쓰는 특정 온라인 영역은 규제의 사각지대다. 미래부가 단통법 폐해에 대해 파악을 하고도 눈을 감다 보니 선량하게 법을 지키는 소상공인들만 더욱 어려워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물 건너간 단통법 개정... 기재부·미래부·방통위 부처 간 의견도 합치 안돼
단통법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미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부처 간 칸막이가 지속돼 시장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12월 기재부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단통법 제도개선을 언급했고, 지원금 또한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휴대폰 소비 지원 등으로 소비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오는 6월 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서 현재까지도 단통법 개정론은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내 미래부와 방통위가 법 개정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고, 기재부 또한 단통법은 주무기관이 다룰 문제라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전문가들도 보조금 상한선을 상향 조정한다고 해도 지금의 단통법 기조 하에서의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이통사 마케팅 비용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단통법 개정은 희박하다고 본다.
결국 부처 간 합치되지도 않은 의견을 통해 기대감만 높여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을 통해 시장이 안정화됐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이제는 시장 억제 정책이 아닌 활성화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미래부가 내놓는 정책으로는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