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시내 면세점, 3대 명품 유치 총력전

2016-03-08 00:31

서울 시내 롯데면세점 전경.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공항·시내 면세점 운영 업체들이 에르메스를 비롯해 루이비통과 샤넬 등 3대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당 브랜드는 면세점의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이하 유커)이 가장 선호하는 명품으로, 최근 수년째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 유커 대상 매출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명품은 면세점 한해 매출액의 15~2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해 집객효과에도 유리하다. 게다가 3대 명품 입점은 다른 명품 브랜드 유치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에는 3대 명품 중 에르메스, 루이비통만이 입점해 있다. 샤넬은 지난해 단독 대형 매장을 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면 철수 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인천공항 면세점 제3기 사업자 모집에서는 에르메스, 루이비통을 두고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희비가 엇갈렸다.

당시 입찰에서는 구역별 사업자가 바뀌며 롯데면세점은 기존 신라면세점이 운영하던 루이비통 사업권을 따냈다. 반면 에르메스 사업권은 신세계면세점에 넘겨줘야 했다. 또 하나의 에르메스 사업권은 신라면세점이 그대로 갖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중순 경 에르메스 매장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전쟁의 승자들도 3대 명품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1차 오픈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의 갤러리아면세점은 3대 명품을 하나도 유치하지 못했다.

갤러리아63면세점 측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명품관을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명품 입점을 자신했었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구찌만 유치했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그랜드 오픈하는 HDC신라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적극적으로 3대 명품 유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서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그룹(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누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VMH 그룹은 루이비통뿐 아니라 디올·지방시·셀린느·펜디 등 패션·잡화 브랜드와 태그호이어·쇼메 등 시계·보석 브랜드, 겔랑·메이크업 포에버 등의 화장품 브랜드에 세포라 등의 유통 브랜드까지 거느린 세계 최대의 명품업체다.

신세계면세점도 오는 5월 개점하는 서울 시내 면세점에 에르메스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인천공항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한 경험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내 면세점 업계가 명품 모시기 각축전을 벌이면서 이들 업체들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여러 대기업 면세점이 3대 명품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마진율과 좋은 자리 등을 무조건적으로 약속할 수 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과거에도 국내 백화점들은 해외 명품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판매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제공하는 굴욕적인 협상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백화점의 명품 입점은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매출 증대 등 시너지가 커 각 업체들이 명품 브랜드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국내 인기 화장품과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중소기업 제품 등 국산 제품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