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아세안 정상회의 개막…심기 불편한 중국

2016-02-16 12:45
환구시보 1면 헤드라인 "미국-아세안 정상회의로 중국 견제"
관영 신화통신 "미-아세안 정상회의 의미심장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

“미국이 아세안 회의를 기획해 중국 견제해” <16일 환구시보 1면 헤드라인 기사>
“미국의 아세안 정상 적극 초청한 것은 의미심장” <15일 신화통신 보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을 자국으로 초청해 미국-아세안 정상회의를 여는 것을 두고 중국 관영 언론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미·중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북한 문제와 남중국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의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이는 미국이 아세안 국가를 동원해 중국에 견제구를 날리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아세안 회의를 기획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16일자 1면 헤드라인으로 관련 뉴스를 크게 다뤘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6일 1면 헤드라인 기사로 이 뉴스를 집중 다뤘다. 신문은 아세안 지역 국가들로서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게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미국이 아세안과 공동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쉬리핑(許利平)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 글로벌 전략연구원 연구원은 환구시보를 통해 "아세안은 중국과 경제·통상·정치 방면에서 특별한 관계"라며 "미국으로 인해 중국과 아세안 관계가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세안 국가들이 미·중 어느 한편에 서는 것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또 미국이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도 전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은 '남해(남중국해)'의 물을 캘리포니아까지 옮길 힘이 없다"는 제목의 사설도 게재했다. 사설은 아세안 지역 국가들이 (미·중) 어느 한쪽 편을 들면 반대로 거기에 휘둘려 결국 대국간 힘겨루기의 전초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아세안 국가들에겐 미·중 양국간 관계에서 평형을 이루는 게 자국 이익에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회귀라는 사심이 너무 지나치다며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얻으려고만 할뿐 손해보지 않으려 해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의 호소력이 유명무실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아세안 정상들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울지 몰라도 남해(남중국해)의 물을 캘리포니아로 옮겨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15일 미국의 아세안 지역에 대한 구애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의미심장하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이번 회의가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 전 외교적 유산을 남기기 위함으로 실질적 성과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아세안과 공동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