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장실 “극장 한곳 없는 사하…문화융성으로 동서격차 줄일 것”
2016-02-15 05:05
남해 출신 ‘흙수저 정치인’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 부산 사하갑 출사표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시쳇말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1950년대 경남 남해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4남1녀 중 막내아들로, 흉년에 누나마저 굶어죽었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 중학교 진학은 꿈도 못 꿨다. 그런데 막상 초등학교 6학년이 되니 ‘청개구리’ 심보가 들었다. 부모님을 졸라 ‘고등학교 안 가는’ 조건으로 중학교에 겨우 들어갔고 중3이 되니 고교 진학 욕심이 또 들었다. 아버지뻘인 형님의 매타작에도 굴하지 않고 ‘낙방하면 바로 죽겠다’는 각오로 경남공고 입학시험에 합격해 ‘부산 유학생’이 됐다.
영남대 법대 시절에는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며 고시 공부한 끝에 1979년 행정고시(23회)에 합격, 부산 사하구 경남도청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문화관광부, 청와대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예술의 전당 사장 등을 거쳐 19대 국회에서 ‘금배지’까지 달았다. 다름 아닌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의 인생역전 스토리다.
온몸으로 가난을 뚫고 누구나 우러러보는 국회의원까지 된 그가 다시 맨몸으로 거리로 나섰다. 하숙집을 얻어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부산 사하갑에서 20대 총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해운대 등 동부산 발전에 가려져, 그 흔한 영화관 한 곳 없이 ‘잃어버린 서부산의 10년’의 대명사가 된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장기인 ‘문화관광 융성’을 통한 발전을 공언했다.
- 본격적인 총선 시즌이다. ‘비례대표의 지역구(부산사하갑) 출마’ 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어떤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나.
“남해 촌놈이 부산 경남공고로 유학 와, 37년 전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수습사무관으로 경남도청에 근무할 때 부산 사하구에서 하숙생활을 했다. 당시 제 기억에 사하는 강산과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자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선도하고 부산을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 사하는 되레 부산의 낙후도시로 후퇴하고 있다.
서부산 시대를 열겠다는 부산의 미래지도에 사하의 괴정동, 당리동, 하단동은 눈을 씻고 찾아볼 것이 없다. 주민의 마음은 닫혀만 가고 일본의 장기침체를 빗댄 ‘잃어버린 10년’은 서부산과 사하의 또 다른 닉네임이 되고 있다.
- 서부산, 아니 좀 더 세밀히 부산 사하의 민심이 정말 그렇게 팍팍한가.
“하단동 가락타운에 사는 한 여중생은 강산도 변할 시간이 흘렀지만 극장 하나도 없고, 보고 즐길 거리가 없다고 한다. 동아대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사하를 떠나고 있다. 당리동 40대 어머니는 아이들 교육걱정으로 사하를 기피한다. 괴정동 어르신은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이 전부인 사하를 기회만 되면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더라.
이것이 제가 지난 1년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바닥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낀 사하의 민심이었다.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소위 말하는 진짜 흙수저였던 제가 청운의 꿈을 안고 몸을 일으킨 이 곳 사하에서 더 이상 그들에게 ‘흙수저 절망론’을 거듭 안겨줄 수 없다”
-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한 축인 사하갑은 여당 텃밭이 아닌가. 그래서 여당 후보끼리 경쟁이 더 심하다. 현역 문대성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면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출마 선언했다. 허 전 시장의 출마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왜인가?
“허 전 시장이 출마 이야기가 나올 때 행정고시 후배로서 직접 찾아뵙고 충언을 드렸다.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는 ‘허 전 시장이 서부산 선거에 출마하면, 새누리당 서부산 선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현재 부산에서 야당의 선거프레임은 서부산 저발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부산발전의 장애가 되어온 가장 큰 문제가 부산의 동서격차다. 여기에 무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바로 허 전 시장이다. 그가 서부산 출마를 고집하는 것은 선거프레임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른바 야당의 ‘서부산 잃어버린 10년 프레임’에 새누리당이 완전히 갇히게 되는 꼴이고 이는 사하만 아니라 서부산 선거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의 출마 선언 이후 지금까지 실제 민심이 그렇다. 지난 10년간 사하에 한 게 뭐 있냐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 허 전 시장이 출마하면 안 되는 나머지 이유들도 궁금하다.
“두 번째는 ‘당이 허남식의 사하갑 출마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은 지금까지 그에게 야당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 출마를 권유해왔다. 허 전 시장은 당의 지원과 도움으로 10년간 부산시장을 역임했다. 이제는 당을 위해 나서는 것이 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물론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3선 부산시장 출신의 정치행보로는 전혀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다.
세 번째 이유는 그의 출마는 ‘구태’라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총선 도전이 있었다. 이들의 하나같은 명분은 바로 대권이었다. 그런데 허 전 시장의 출마선언문 어디에도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큰 그림과 비전은 없다. 서부산과 사하를 국회의원이 되어 잘 챙겨보겠다는 것이 전부다. 10년 시장하면서 못한 일을 4년 국회의원, 그것도 초선이 뭘 얼마나 할 수 있겠나. 이러니 지역 주민들 중에는 ‘(허남식이) 노년에 자리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라는 걱정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택한 곳’이란 의구심이 든다. 허 전 시장은 퇴임 후 작년까지 해운대·기장, 중·동구 출마를 자천타천으로 희망하거나 거론돼 왔다. 그러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해운대 투입 논의가 나오자 서부산으로 눈을 돌렸다. 서부산 발전은 처음부터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당에서 조경태 의원 지역구인 사하을을 (출마를) 권하자 침묵으로 일관하다, 문대성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사하갑으로 출마했다. 부산시장이라 어디든 기웃거릴 수 있다고 생각했나. 시장 10년간 한 것도 없고, 생각지도 않았고, 명분도 없는 곳에서 국회의원 한번 해보려는 사람에게 누가 표를 주겠나.”
- 같은 당인 허 전 시장에 대한 강한 비판과 달리, 야당 조경태 의원에 대해선 성명까지 내며 ‘새누리당 영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옆 지역구 일인데, 왜 그렇게까지 적극적이었나?
“새누리당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대한민국 정치사상 유례가 없는 ‘선거혁명’을 시험하고 있음에도 욕먹는 가장 큰 이유가 변화와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당의 지지율도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의 패거리 정치와 분열로 인한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선거가 60일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런 구조로는 우리 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보고 잘못된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과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끊어내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이런 차원에서 여야를 넘고, 당의 문호를 넓히는 차원에 충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조경태 의원을 영입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 동부산에 비해 서부산의 발전이 현저히 더디고 그것이 이번 총선에서 ‘서부산 홀대론’으로 격화되는 것 같다. 사하갑 발전을 위한 비전은 무엇인가.
“부산이 동서격차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크게 회자되는 내용이 있다. 서부산의 대표도시라 할 수 있는 우리 사하구에는 문화의 가장 낮은 단계라 할 수 있는 극장이 한 곳도 없다. 제가 79년 행시 합격 후 경남도청에서 일할 때 사하구에서 하숙하면서 출퇴근 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극장은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심각한 것 아닌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낙동강이라는 큰 물길과 다대포 해수욕장을 비롯한 바다가 만나는 곳에 승학산이라는 명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을숙도라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도 이곳 사하에 있다. 이른바 문화와 관광을 도시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자원이 넘쳐나는 곳이 사하다. 사하가 보유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문화관광으로 도시를 먹여 살릴 생각을 갖고 있다.
다대포해수욕장과 몰운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 그리고 을숙도, 낙동강, 바로 학이 승천한다는 학으로 올라간다는 승학산, 김해공항 등 좋은 조건들을 잘 활용해서 ‘관광의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 대한민국의 문화관광 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한 경험과 경륜이 있는 사람이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나.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 문화 얘기를 하시니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유명하다. 최근 국회의원 최초로 ‘미국 카네기홀 토크콘서트’ 무대에 선 것이 화제였다. 소회가 어땠나.
“미국을 방문했던 작년이 마침 광복70주년이었다. 대한민국의 70년 역사를 보자.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인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동적인 과정을 겪어왔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역사를 대표하고, 당시 시대상을 대변해온 것이 대중가요다. 한국인의 가슴을 촉촉이 적셨던 가요들을 선택해 그 노래가 담고 있는 의미들을 정치사회학적으로 해석해보고 전 세계인과 함께 공감하는 것이 당시 카네기홀 공연의 핵심이었다.
우리 가요계의 명곡인 ‘동백아가씨’ ‘이별의 부산정거장’ ‘비 내리는 호남선’ 등 8곡을 제가 직접 부르면서 이 노래들에 담긴 시대상과 사회적 의미를 설명도 했다. 미국에서 고향에 대한 향수를 안고 살아가는 1세대 교포들은 물론 ‘뿌리’에 갈증을 느끼며 자란 2세대, 3세대 교포 관객들이 눈물을 지으며 카네기홀이 떠나가도록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 저도 가슴이 벅차올랐고 관객들도 함께 열창했다. 상당히 감동적인 무대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 오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전문가’로 지난 19대 국회에서 차별화 된 역할을 했다. 특히 ‘문화기본법’은 박근혜 대통령도 적극 참여하는 ‘(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의 토대가 된 것으로 안다. 20대 국회의 비전 또한 ‘문화 정치’인가?
“지금까지 문화에 대한 우리 국민들 인식은 ‘등이 따뜻하고 배가 불러야 눈이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잘못된 생각이다. 문화가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경쟁력이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단적으로 한류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가 문화융성이다. 문화강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것이 대통령께서 제대로 아시고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이신 것이다. 그 중심에 문화기본법이 있었고, 19대 국회 제가 그 일을 앞장서서 할 수 있게 된 점 참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문화융성의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이 법의 골격에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야 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인력양성이다. 또한 잘 만든 상품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통되려면 문화유통 구조의 선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련해 세밀하고 제대로 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인 시대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문화지수와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해있다. 문제는 지역 문화와 경쟁력이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 하는 부산만 하더라도 문화 소비층은 있지만 생산자가 없다. 결국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서울로 수도권으로 눈을 돌린다. 진정한 문화융성 국가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2년과 20대 국회가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그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다”
- ‘부산 사하갑 20대 국회의원 예비후보’로서도 이 같은 정치 비전은 동일한가.
“저는 역대 세분의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10년 넘게 대한민국의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를 이끈 국정운영 경험이 있다. 20년 넘게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체육·관광·종교 정책을 책임지고 이끈 경륜이 있다. 질풍노도 시기의 좌절 속에서도 저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제2의 고향 부산에서, 길고 긴 가난과 시련의 터널을 뚫고 공직생활을 시작했던 사하구에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저의 모든 것을 쏟아낼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흙수저인 저를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해준 국가와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제대로 일 해 온 저에게 대한민국, 부산, 그리고 사하를 한번 맡겨 봐 달라. 따뜻한 정치로 대한민국의 완전한 선진화와 행복하고 잘 사는 사하를 만들어 보이겠다. 사하가 아니면 결코 사랑하지 않겠다”
- 마지막으로 요즘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거세다. 대표적인 ‘흙수저 정치인’으로 꼽히는데, 절망감이 큰 이 땅의 젊은 청년들에게 응원메시지를 부탁한다.
“아, 요즘 청년들 정말 힘들다. 몸이 고달프고 힘든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음의 여유들이 너무 없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눈앞에 보이는 것, 말초적인 것들만을 우선적으로 쫓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는 큰일을 할 수 없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주자 말씀에 ‘무왕불복(無往不復)’이라는 게 있다. ‘갔던(往) 것이 되돌아오지 않는(不復) 것은 없다’라는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올 때 그냥오지 않고 반드시 이자까지 쳐서 돌아온다. 바로 앞의 되돌아옴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폭넓게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나에게 돌아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베푸나’고 말할 수 도 있지만, 시대가 바뀌어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속도의 시대다. 세대를 거쳐 돌아올 것도 이제는 그 속도가 빠르다고 본다”
◆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 프로필
△경남 남해(56년생) △경남공고 △영남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 정치학박사 △행정고시(23회) △문화체육부 어문과장 △대통령 정무수석실 국장 △문화관광부 예술국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예술의전당 사장 △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대한장애인농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