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 플러스가 되는 영화
2016-02-12 16:13
연일 박스오피스 1위다. 반응이 좋던데
- 재밌게 보신 분들이 있고 아쉽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미 영화는 제 손을 떠났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쉽다는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다음에는 조금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려 황정민, 강동원이다.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배우들인데?
-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해서 기뻤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벼운 톤을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힘을 빼면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그 과정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고 선배 배우인 황정민, 강동원이 많은 도움을 줬다.
배우들, 스태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모양이다
- 한 장면을 두고 각자 다른 의견을 낸다. 무엇이 옳은지, 그 과정을 생각하곤 한다. 독단적인 결정보다는 최대한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편이다. 공통되는 부분에서 합의를 보고 촬영하는 편이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고자 한 것은?
- 한치원(강봉원 분)이라는 캐릭터다. 사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 검사라는 소재를 듣고 관객들이 갖는 기대가 있지 않겠나. ‘기가 막힌 방법으로 탈출하거나 액션이거나 스릴러가 있을 것이다’라는.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바로 그 점이 다른 영화와 ‘검사외전’의 차별성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함에 대해 낯설게 받아들이도록 다듬고 라이트한 선택이 이어지는 부분들.
- 좋아한다기보다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들이 끌어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허술한 점이 돋보인 것 같다. 사회적 메시지를 주려고 한 건 아니다. 다만 감독이 사회를 바라보는 지점이 녹아 나올 수밖에 없던 것 같다. 큰 사건인 것 같지만, 그 단면은 생각보다 허술한 점들이 많다. 보통의 케이퍼무비에서 보는 어마 무시한 작전들이 실제로는 어떨까? 내가 옷을 찰 차려입고 변호사 명함을 내놓고 다니면 사람들은 내가 변호사라고 믿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에서 비롯됐다. 생각보다 ‘허술한’ 지점들은 얼마든지 많고 그런 것들이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말한 것처럼 시대를 풍자하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모 의원이 떠오르는 ‘찍지 마!’라는 대사나 선거 유세를 하면서 ‘붐바스틱’ 댄스를 추는 장면 등이 인상 깊다
- 풍자로 생각해 달라. 코미디는 타이밍이지 않나. 어떤 타이밍에 치고 와서 보여주면 더 웃긴 점들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붐바스틱’ 댄스는 나라의 기둥을 뽑는 선거 유세에 흥이 나는 댄스를 선보이는 걸 보고 ‘이게 현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후보의 말을 듣기보다는 현장에서 춤추는 사람들에 더 현혹되는 면들도 재밌었다.
워낙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던 장면들을 선택해 영화에 담았다. 인터넷을 많이 하나보다
- 정말 많이 한다(웃음).
우종길(이성민 분)이라는 캐릭터는 어땠나? 변재욱, 한치원만큼이나 중요한 캐릭터였는데
- 악이라는 것은 조장이 필요한 법이다. 넘어야 할 산이니까. 현실적으로 보였으면 하고 바랐다. 우종길이 검사 총장과 국회의원을 두고 고민하지 않나.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세울까 고민을 했는데 국회의원을 하는 게 더 현실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
캐릭터들이 끌고 가는 힘이 상당하다. 배우들에게 캐릭터에 대해 주문한 점은 없나?
- 그런 건 없었다. 함께 시나리오를 보면서 대화를 풀었지 ‘이렇게 해라’라고 주장한 적은 없었다. 다만 박성웅 선배에게는 ‘좀 더 무거운 톤을 빼달라’고 했다. 평소 박성웅 선배를 보면 어딘지 좀 무섭게 느껴지지 않나. 그런데 대화를 하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정도 많으시고. 그래서 연기할 때도 ‘평소 본인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양민우 캐릭터가 의외의 복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밌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 성공을 꿈꾸는 야심가들이 의외로 학연, 지연에 약하지 않나(웃음). 출세를 지향할수록 혈연, 학연, 지역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고 생각해서 캐릭터도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대화를 통해 본래의 형태와는 다른 모습을 하게 된 장면들이 있나?
- 변재욱의 캐릭터가 조금 더 무거워지고 전라도 출신인 인물이었던 한치원이 경상도로 바뀌는 등 달라진 부분들이 있다.
그래도 감독이 끌고 가고 싶었던 부분들이 있었을 텐데
- 조율을 한 거다. 대화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강렬한 플롯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 영화가 아니다 보니 카메라가 배우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동선을 편하게 맞춰서 가야 했다. 저도 상업영화는 처음이다 보니 찍으면서도 궁금한 점이 많았다. 대화를 안 할 수 없었고(웃음).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점들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건 터지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 나온 부분이 있나?
- 강동원의 키스신이었다. 찍을 땐 ‘빵 터지겠구나!’ 했는데 확 다운되더라. ‘아, 기준이 틀린 건가?’ 했다.
강동원의 키스신이라서 그런 거다
- 맞다(웃음). 어딜 가도 그 장면에서는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댓글도 안 보고 있다.
그럼 반대로 생각지 못했는데 터진 부분은?
- 강영식 의원을 연기한 김응수 선배가 ‘찍지 마!’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웃을 줄 몰랐다. 마무리 장면에서 대사를 쳐야 하는데 문득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사람들이 기시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찍지 마’에 대해서.
일반 버디 무비와 다른 점은 공간에 제약이 있다는 점이었다
- 제일 고민이었다. 이 영화의 변별력이자 난제였다. 잘못되면 루즈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프리즌브레이크’나 ‘빠삐용’처럼 탈옥하는 내용이 아니니까. 글 쓰면서도 그 공간의 제약이 답답하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고 가장 고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해결 방법은 무엇이었나?
- 내레이션과 화면의 교차였다. 치원이 처음 재욱을 배신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둘이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교도소의 구조나 죄수복도 특이했다
- 그게 호불호의 승부수라고 생각한다. 교도소 신을 보고 ‘버터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 법정신도 그렇고. 오히려 저는 ‘리얼하게 보이면 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리얼하려면 이야기가 정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판타지와 현실의 중간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중 하나가 공간과 의상이었고.
관객들이 ‘베테랑’, ‘내부자들’과 비교하곤 하는데
- 선배 감독님이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과 비교되는 게 영광이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와 비교되는 만큼 부담도 크다.
관객들이 보고 얻어갔으면 하는 점은?
- 영화평을 검색해보다가 한 블로거의 글을 봤다. ‘검사외전’이라는 제목인데 사진이 초밥 사진이더라. ‘검사외전을 보고 맛있는 걸 먹어서 행복한 날’이라는 내용이었다. 그게 정말 인상 깊었다. 우리 영화에 대한 심오한 평이 아니라 한 줄의 일기였는데(웃음). ‘검사외전’이 그분의 하루에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가 된 것 아닌가. 다른 분들에게도 플러스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