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가족계획' 류승범 "결혼 후 달라진 삶…솔직해진 내 모습 좋아"
2024-12-23 15:12
배우 류승범(44)은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의 작품, 캐릭터, 연기, 패션, 라이프 방식까지. 지나는 자리마다 흔적을 남겼고 대중은 그를 쫓으며 열광했다.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를 시작으로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품행제로'(2002)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4) '야수와 미녀'(2005) '사생결단'(2006) '방자전'(2010) '부당거래'(2010) '수상한 고객'(2011) '시체가 돌아왔다'(2012)' '용의자X'(2012) '베를린'(2013) '나의 절친 악당들'(2015) 등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자신만의 궤적을 남겼다.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이후 작품 활동이 뜸해진 류승범은 2020년 돌연 결혼을 발표하며 연기자보다 자연인으로서의 삶에 집중했다. 그랬던 그가 9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디즈니+ '무빙', 쿠팡플레이 '가족계획' 같은 상업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게 된 그는 이전보다 유쾌해졌고 또 홀가분해진 모습이었다.
류승범의 변화는 그의 필모그래피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그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감독 김곡 김선)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더욱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가족이 생기니까 작품을 보는 시야가 확장된 것 같아요. '무빙'도 '가족계획'도요. 무언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동안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이야기나 캐릭터가 끌리기도 하고요."
류승범은 특히 아이가 태어난 뒤 가족이나 부모 자식 간 이야기에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가족계획'의 '철희'는 류승범이 데뷔 후 처음으로 연기한 '아빠' 역할이었다.
"아무래도 제가 '아빠'니까 아빠 역할에 공감이 가요. 아빠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고요! 하하. 아빠들은 알고 있을 거예요. '철희'의 역할은 싸악 찌그러져 있는 겁니다."
류승범은 '가족계획'의 장르적인 요소들에 부침을 느끼기도 하였으나 캐릭터에 대한 공감과 선망으로 작품에 흡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이제 이런 장르적 요소가 힘들어져요. 피가 쏟아지고 폭력이 난무하는 그런 거요. (작품에 대한) 개인적 대립이 있는데 캐릭터에 자연스레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나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거꾸로 배우로서 피가 쏟아지고 폭력적인 요소가 난무하는 걸 어떻게 융화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숨 고르기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재미있게 그려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저는 '철희'가 굉장히 멋진 남성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강함을 숨기고 꼭 써야할 때 쓰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저의 개인적 바람을 '철희'에게 녹여내기도 한 거죠."
류승범은 극 중 '철희'와 '영수'(배두나 분)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철희'에게 '영수'는 세상, 그 자체라며 자신의 해석을 곁들였다.
"극 중 '철희'는 저와는 또 다른 상황이잖아요. 저와 아내 그리고 딸은 '가족'으로 혈연으로도 엮여있으나 '철희'와 '영수' 그리고 가족들은 그렇지 않아요. 완전히 저의 입장에서 이해하기보다 그의 처지를 생각해 보려고 했어요. '철희'에게 '영수'는 절대적인 존재에요. 캐릭터가 쉽게 풀렸던 건 그에게 '영수'의 존재가 절대적이고 세상,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어요. '영수'가 전부라고 생각하니 고민이었던 부분들도 술술 풀리더라고요."
류승범은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두나 씨와의 호흡은 정말 좋았습니다. 예전부터 워낙 좋아하고 존중하는 배우였고요. '가족계획'에 배두나, 백윤식 선생님이 미리 캐스팅되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출연에 큰 이유가 되어주었죠. 함께 작업해 보니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하하. 사람 자체도 멋지고 배우로서 작품을 통찰하는 능력도 엄청났어요. 백윤식 선생님은 정말 세시고요! 어떻게 저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백 선생님만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넋 놓고 구경하게 되더라고요."
딸 지우 역의 이수현, 아들 지훈 역의 로몬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수현이를 보며 '아 우리 딸도 저렇게 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집 근처에 수현이가 모델로 있는 브랜드의 사진이 예쁘게 붙어있거든요? 보면서 참 순수하고 크게 붙어있거든요? 때마다 보면서 참 순수하고 맑고 건강한 친구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로몬이를 보며 '인간은 진보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뭐 하고 지내니?'하고 물으면 '건강하게 사는 게 목표라서 건강하게 먹으려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세상에! 젊은 친구가 벌써? 그 친구 나이 때 저는 건강을 마구 해치고 살았거든요! 젊음을 믿고 건강을 망쳤죠.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예전이랑 다르구나. 완전히 진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류승범은 시간이 흐르며 배우로서의 가치관과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는 부연이었다.
"연기에 대한 태도가 바뀐 거 같아요. 배우를 '직업'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대본도 더욱더 숙지하려고 하고 연습량도 늘어나고요. '아, 나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어쩌면 연기가 싫다는 것도 위선일 수 있겠다 싶어요. 위선 떨지 않고 '나 연기를 참 좋아하는구나' 했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류승범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좋다고 고백했다.
"솔직해진 제 모습이 좋아요.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억지스럽지 않고요. 즐겁고 솔직하게 찍은 작품이 잘 되었으면 하는 염원도 있고요. (차기작은)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그저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