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완전 복권?…어떤 업무 맡을까

2016-01-20 15:24

[사진=SBS 캡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한때 지방의 협동농장으로 좌천돼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던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지 3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수행하면서 '완전 복권'이 사실화 된 최 비서가 소원해진 북중관계 회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새로 건설된 청년운동사적관을 현지지도 하면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리일환 당 중앙위원회 부장, 조용원 당 중앙위 부부장, 김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최룡해 비서가 김 제1위원장을 수행한 것은 지난해 10월 19일(보도시점)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 때 이후 3개월 만으로, 그동안 그는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해임설 등이 돌았다.

최 비서는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2인자로 군림하다 지난해 10월 전국도대항군중체육대회에 참석하고 노동신문에 기고한 이후 11월 8일 발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지면서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다.

우리 국가정보원도 같은 달 24일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11월 초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그의 정확한 숙청 이유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지만 장성택이 담당했던 대중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해 내지 못한 것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사진= SBS 캡쳐]

이런 최 비서가 지난달 사망한 김양건 당비서의 장의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재기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완전 복권' 여부는 불투명했다. 실제로 그는 김양건의 장례식 행사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새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에 연이어 불참했다.

이후 최룡해는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열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 행사에 꼬박꼬박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서 그는 당 비서 직책 그대로 호명돼 신상에 변동이 없다는 점이 확인 되기도 했다.

하지만 16일 보도된 조선중앙 TV의 청년동맹 창립 70주년 경축 공연 모습을 보면, 당시 관람객으로 참석한 최룡해 비서의 오른쪽 다리가 유난히 홀쭉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같은 날 방송된 청년동맹 창립 70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는 연단에 서서 길게 연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3개월만에 '완전 복권' 한 최 비서가 어떤 업무를 맡게될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대중 외교라인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만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불편해진 북중관계 회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 비서가 근로단체 담당 비서 자격으로 청년동맹 자체행사에 참석했을 뿐이고, 특히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좌천과 복귀를 반복해 '오뚝이'라는 명성까지 얻은 그가 2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청년운동사적관 현지지도를 수행하면서 다시 한번 건재를 과시했다는 평가다.

북한 기준으로 볼 때 3개월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다시 중앙무대로 복귀한 최룡해는 제4차 핵실험 이후 꼬일 대로 꼬인 북중관계 복원의 임무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룡해가 북한의 제3차 핵실험으로 북중 관계가 급랭했던 2013년 5월과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던 지난해 9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만난 적이 있다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이 그에게 북중 관계 개선의 특명을 맡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룡해가 중국을 오가면서 메신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절실한 만큼 최룡해의 복귀도 예상보다 빨라졌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35년만에 개최하는 5월 노동당 제7차 대회 준비의 총책임자 역할을 최 비서가 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