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분양 400가구 SH공사가 일괄매입...제기4구역 재정비 리츠 첫 모델로

2016-01-12 11:32
제기4구역 재정비사업 비용 15%가량 감소
양평 14구역 등 다른 구역에서도 사업 요청

▲제기 4구역 위치도. 자료=서울시 제공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서울 동대문구 제기 4구역이 서울시 SH공사의 '재정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첫 번째 시범사업 구역으로 선정됐다. 공공이 참여해 400가구에 달하는 일반분양을 일괄매입함으로써 분양 비용과 미분양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사업방식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SH가 매입한 400가구를 8년 장기임대로 공급, 전세난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H공사는 재정비 리츠 첫번째 시범사업 구역으로 제기 4구역을 선정하고 12일 오전 11시 재개발추진위, 현대건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재정비 리츠는 SH공사가 일반도시기금과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공모주를 모집해 리츠를 설립, 이를 사업자금으로 활용함으로써 보다 절감된 비용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SH공사와 조합은 공동시행자가 되고 리츠를 설립해 일반분양분을 리츠가 사업 착공 전에 일괄 매입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단순 시공사 역할을 맡는다. 리츠가 일괄 매입함으로써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 건립·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분양 광고·홍보비, 분양 대행사 경비 및 분양보증수수료 등이 대폭 절감된다는 게 공사측 설명이다.

SH공사는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일반분양분 400여 세대를 일괄매입해 8년 이상 임대운영 후 매각할 계획이다. 게다가 SH보유 임대주택을 활용하거나 보유 토지에 모듈러 주택을 지어 재정비 사업기간 동안 임시 거주지로 제공할 수 있어 순환재개발 사업이 가능해 진다.

건설사는 사업이 예측 가능해져 미분양 리스크가 사라지고 설계·감리비 등 각종 부대비용이 절감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주민들은 주민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되므로 시공비 인상이나 미분양에 따른 추가 부담금 문제가 없어진다.

제기 4구역은 2009년에 관리처분계획을 승인 받아 주민 약 60% 가 이주하고 약 30% 주택이 철거된 상태로 지난 2013년 5월 조합이 대법원의 조합 무효 판결을 받아 재추진이 매우 어려운 지역이다. 그렇다보니 지역의 슬럼화는 가속되고 주민 다수가 신용불량자로 전락돼 어려움을 겪어왔다.

SH공사가 공공주체로 참여하게되면 조합 운영이나 재개발 자금 조달 등 재정비사업 비용이 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양평 14구역 추진위원회 등 다른 2~3구역에서도 재정비 리츠 추진을 검토중에 있다. 양평 14구역은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하고 공장이 혼재해 주거환경 열악 및 화재 위험이 상존하던 지역으로 지난 2013년 11월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제기 4구역에 재정비 리츠를 통한 사업 방식이 적용되면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은 2009년 관리처분계획 수준으로 낮아지게 되므로 조합원, 건설사, 투자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업방식이 될 것"이라며 "공공의 지원을 통한 정비사업의 추진이 불가피한 지역을 정상화 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