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끌어모은 한화, KAI 말고 어디에 쓸까?

2016-01-06 14:19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한화테크윈이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인수에서 멀어져 그동안 끌어모은 자금을 어디에 쓸지 관심이 쏠린다.

해외 항공 엔진 부품업체 인수를 검토하거나 자회사인 한화탈레스 잔여 지분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테크윈은 전날 KAI 지분 4%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당초 목표한 5%에 못미쳤지만 28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KAI 인수 유력 후보로 지목된 한화가 지분 매각을 추진해 사실상 KAI 인수를 포기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엔 KAI 주가가 최근 1년간 90% 이상 올라 인수 부담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한화테크윈은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전량 매각해 4400억원의 현금도 확보했다.

한화테크윈은 부채비율도 낮고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이미 1140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같은 자금 용처는 재무개선보다 투자 쪽이 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화테크윈은 최근 미국 P&W와 항공기 엔진국제공동개발사업(RSP) 계약을 체결하고 38억달러 규모의 엔진부품 공급권을 획득, 이에 대한 투자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해외 중소형 항공기 엔진 부품 업체 인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탈레스의 잔여지분 50%와 관련, 프랑스 탈레스와 옵션거래 계약이 체결돼 향후 탈레스의 지분 이탈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 의지가 높았던 한화가 KAI 지분을 매각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며 “추후 한화탈레스 잔여 지분을 인수해 상장을 추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LIG넥스원처럼 한화탈레스의 상장을 통한 이점이 높을 것이란 얘기다. 한화탈레스 지분 50%는 장부가로 2000억여원 정도 된다.

한화는 아직 KAI에 대한 지분 6%를 보유해 인수 여지는 남아 있다. 장기적으로 KAI 주가가 정상화 되면 되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이날 KAI는 두산에 이어 한화의 지분 매각 추진으로 주가가 10% 가량 폭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KAI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국내 방산 대기업이 한화 외에는 딱히 없다”며 “정부는 현정권 내에 KAI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라 좋은 조건의 인수제안이 뒤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