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갈 곳이 없다… 일용·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중년층 가장들
2015-12-23 15:56
아주경제 양성모·장슬기 기자 = # 중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지자 희망퇴직을 권유받았다. 그는 고교생과 중학생인 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회사에 정년까지 남고 싶었지만 문을 닫을 경우 퇴직금까지 날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희망퇴직서에 싸인을 하고 회사를 나왔다. 2년치 연봉에 해당되는 퇴직 위로금은 아이들의 학비를 위해 저축을 한 A씨는 일자리를 찾기위해 여러곳을 알아봤으나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로 번번히 퇴짜를 맞았고 결국 일용직으로 건설현장에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산업 및 금융계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중·장년층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대부분 일용직과 상용직으로 고용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내년에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취업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고용의 질 점차 나빠져…1명중 3명 생계형 자영업으로 내몰려
특히 일자리 이동의 경우 단순노무직으로의 이동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고용의 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11년 기준 55~59세를 대상으로 일자리 이동을 조사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임금근로자 116만4000명 중 63만명(54.0%)이 재취업자로 나타났으며 재취업자의 경우 약 40%가 단순노무직으로 조사됐다. 사무직의 경우 4.8%, 판매직은 5.5%, 전문직은 7.0% 수준인 반면,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는 13.5%,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는 12.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내년 전망도 '먹구름' … 기업들 긴축경영 불가피
내년 고용 전망도 '먹구름'이다. 2016년 실업률은 올해보다 소폭 상승한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용 활력이 떨어지면서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산업계에서는 경기의 저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고용창출을 주도해왔던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도 정체되면서 산업 전반의 고용활력이 저하될 것으로 보고 잇다.
정부가 한계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퇴출을 예고하고 있는 부분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각 기업들도 상시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 하거나 주력업종에 집중하려는 추세가 강하다.
금융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등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다.
여기에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 등 글로벌 위기 요인과 결합될 경우 금융기관들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
올해 들어 신한, 우리, KB국민은행 등 대형은행들이 올해 한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나 추가적으로 내년 초까지 감원 바람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높이고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을 지연시키면서 국내 금융기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기회복 지연과 미국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한계기업에 대한 퇴출이 이어지고 금융권 경영 환경이 불안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비용절감을 고민하겠지만 불확실성이 클 수록 가장 효과가 높은 인력감축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