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재무개선 속도 낸다...허리띠 조이고 유통군 사업 구조조정

2024-12-22 15:59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물산]

롯데그룹이 2조원대의 롯데케미칼 회사채 조기상환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유통군에서는 비효율 점포와 유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 우려를 불식시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화학군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긴축을 이어간다. 유통군은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과 유휴 자산을 정리하며 주력 사업 위주로 강화한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지난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14개 공모 2조450억원 규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 조정을 가결했다.

롯데는 이번 조정을 위해 6조원 가치의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과 2조500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보강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현재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화학 포트폴리오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고, 첨단소재와 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 등 사업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그러면서 7조6000억원 규모의 토지자산을 가진 롯데쇼핑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자산을 재평가해 15년간 오른 실질 가치를 반영하기로 했다. 자본 증가와 부채비율 감소, 신용도 상승 등 재무 건전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부진한 점포들 정리에도 속도를 높인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기준 매출이 740억원에 불과한 마산점을 올해 폐점했고,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부산 센텀시티점의 인수자도 찾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5개점(분당·일산·상인·포항·동래)은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 점포로 건물주인 캡스톤자산운용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건물주가 변경되면 계속 영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작년 1월 인천터미널점, 올해 9월 수원 영통점 문을 각각 닫았다. 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2019년 6월 125개에서 현재 110개로 15개가 줄었다.

최근에는 수원 영통점을 87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롯데마트는 매각 대금을 신규 출점할 천호점(내년 1월)과 구리점(내년 상반기)에 투입한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미아점과 롯데마트 권선점 주차장 등 유휴부지 매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인 이커머스 부문 롯데온은 사업 주체 조정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내년 2월부터 모바일상품권·쿠폰 사업을 엘포인트 및 엘페이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 사업자인 롯데멤버스에 양도한다. 지난 10월에는 롯데온의 온라인 식료품(e그로서리) 사업단 조직을 롯데마트·슈퍼로 넘겼다.

롯데칠성음료는 가정용과 유흥용 주류 영업 조직을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운영 효율화에 나섰다. 조직을 하나로 모아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는 또 신성장 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해온 헬스케어도 사업성이 적다고 판단해 과감히 접기로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전기차 충전 인프라, 2차전지 소재, 롯데이노베이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 등 4대 신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롯데 관계자는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개선 현황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며 "해외사업, 리테일 테크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효율적 투자 비용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