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아라온호’ 대형 쇄빙연구선 건조 청신호
2015-12-22 11:00
투입 운항 시 극지 연구역량 획기적으로 증대 기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지난 18일 남극해에서 유빙에 갇힌 우리 원양어선을 구조한 아라온호 뒤를 이을 ‘제2쇄빙연구선’ 건조에 청신호가 켜졌다.
해양수산부는 제2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이 올해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사업타당성이 인정되면 오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지구적인 환경문제에 대처하고 북극항로 개척, 자원개발과 같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각국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북극은 대부분이 다년빙(多年氷)으로 뒤덮인 바다로 이뤄져 있다. 이에 북극 연구를 수행하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얼음을 깨는 쇄빙능력과 다양한 해저 탐사장비 등 연구기자재를 갖춘 쇄빙연구선이 가장 중요한 인프라로 손꼽힌다.
특히 항로 개척을 위한 북극해 환경탐사와 바다 밑에 매장된 자원을 탐사하기 위해선 쇄빙연구선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8일 남극해에서 ‘썬스타호’를 구조해 찬사를 받은 아라온호를 지난 2009년 준공하며 본격적인 극지연구에 착수했다.
많은 극지연구자들이 우리나라의 극지연구는 ‘아라온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고 평가할 만큼 아라온호를 기반으로 한 연구들은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세계 최초로 북극 동시베리아해 거대 빙상 흔적을 발견하는 한편 최근에는 북극 기후변화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겨울 한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 아라온호는 우리나라가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 아라온호가 건조되자 공동연구를 수행하자는 각국 요청이 빗발쳤고 현재 연평균 20개 이상의 해외기관이 아라온호를 함께 이용하며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태평양북극그룹(PAG) 의장으로 선출된 극지연구소 강성호 박사는 “우리나라가 국제 극지 연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견고히 하는데 아라온호가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아라온호 취항을 계기로 우리나라 극지연구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아라온호는 연간 300일 이상을 운항함에도 불구하고 아라온호를 이용한 연구수요의 60% 정도 밖에 소화하지 못할 만큼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남극 연구와 극지과학기지 보급 지원 임무로 인해 아라온호 평균 북극 연구 운항일수는 27일에 불과해 2013년 북극이사회 정식옵서버 지위 획득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북극연구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남북극을 나눠 역할을 분담하기 위한 제2쇄빙연구선 건조가 절실한 실정이다. 제2쇄빙연구선은 아라온호 쇄빙능력(Polar 10)보다 두 배 강화된 쇄빙능력(Polar 20)을 장착해 그동안 연구하지 못했던 미답지들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해저 탐사능력과 연구능력도 대폭 강화하기 위해 문풀(Moon Pool)과 최첨단 지구물리 탐사장비 장착도 추진하고 있다.
제2쇄빙연구선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북극연구 항해 일수는 기존 연구 항해 일수(27일) 보다 5배 이상 향상된 140여일을 확보할 것으로 해수부는 전망하고 있다.
또 쇄빙능력의 한계로 인해 그동안 탐사하지 못했던 지역들을 탐사함에 따라 우리나라 과학영토를 북극점을 비롯한 북극 전역으로 넓혀 기존 연구 영역 보다 10배 이상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종호 해양개발과장은 “제2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2017년도부터 사업에 착수해 2022년경에 취항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제2쇄빙연구선을 통해 기후변화 등 인류가 처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한편 콜드 러쉬(Cold Rush)에 대비한 첨병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콜드 러쉬(Cold Rush) = 자원개발, 북극항로 등 경제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북극진출 경쟁이 심화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