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재개발·재건축 수주전 ‘과열’…탈불법 행위 난무
2015-12-17 10:52
중랑 중화1구역 재개발사업, 서초 무지개 재건축사업 등서 잡음 지속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최근 부동산시장 회복세에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수주 경쟁과정에서 금품과 향응 제공 등 온갖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1~3분기 기준 국내 10대 건설사가 수주한 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은 총 14조273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2%(7조687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GS건설의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6배 이상 늘어난 6조857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산업개발(1조9062억원)과 롯데건설(1조2078억원), 대우건설(9338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뿐만 아니라 중흥건설(5곳·1조969억원)과 반도건설(4곳·7059억원) 등 중견 건설사도 경쟁에 뛰어들면서 재개발·재건축 수주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처럼 재개발·재건축 수주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건설사들의 불법적인 홍보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중화1구역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이 기존 240%에서 300%로 상향되는 등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입찰 마감 시점이 다가올수록 일부 건설사들의 불법 홍보행위가 도를 지나칠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며 “특히 뒤늦게 사업에 관심을 보인 A건설사 등이 조합의 개별 홍보금지지침을 어겨가며 불법 홍보에 불을 지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통해 조합원을 상대로 한 개별적인 홍보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 건설사가 불법유인물을 배포하고 언론매체를 통해 경쟁 건설사를 비방하는가 하면, 조합원과 개별 접촉해 금품과 불법향응 등을 제공했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해당 조합의 다른 관계자는 “투명한 사업진행을 통해 그간 모범 구역으로 꼽혀왔던 중화1구역이 자칫 건설사들의 불법 경쟁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까 심히 걱정스럽다”면서 “현재 불법 홍보행위에 대한 신고가 여러 건 접수돼 중랑구청과 조합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불법행위를 저지른 건설사가 밝혀질 경우에는 시공사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권 마지막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을 받는 ‘서초 무지개아파트’ 역시 이달 19일 시공자 선정 총회를 앞두고 건설사들의 막판 홍보전이 뜨거워지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 실정이다.
이처럼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둘러싸고 건설사들의 불법홍보 행위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처벌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올 상반기 시공사 선정을 마친 ‘서초 삼호가든3차’ 재건축사업에서는 입찰 참여 건설사들이 조합원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개별 홍보를 진행해 2010년 공공관리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찰이 실질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사종결 처리해 ‘용두사미’에 그치고 말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품과 불법향응, 개별 홍보 등은 명백한 위법이지만 제대로 된 단속이나 수사가 없는 데다, 처벌 수위도 약해 건설사들의 불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일정 수준의 홍보 활동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제외한 행위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