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후폭풍] 수출업종 "깊어지는 시름"…저물가 '악순환의 고리'

2015-12-09 08:52
국제유가 배럴당 30달러대 추락…7년만에 최저
초저유가 시대…국내 수출 산업 '먹구름'
저유가 '악순환의 고리'…디플레이션 우려 등 저물가 지속?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이규하·노승길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하락하면서 조선·석유화학·석유제품 등 관련 수출부진업종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유가로 인한 저물가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경우 내년도 한국 경제는 디플레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8일 정부와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는 등 한국경제의 성장 전망은 먹구름이다. 특히 올해 말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저유가 폭탄은 수출전반에 걸쳐 악재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정부도 저유가에 따른 수출업계 부진 등 긴급 점검에 나섰지만 지금으로선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저유가의 저주...수출 위축 불가피

저유가 기조를 넘어선 초저유가 폭탄은 조선 등 수출부진 업종에 직격탄을 날리는 셈이다. 초저유가의 경우 수출 단가 하락을 불러와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를 위축시킬 수 있어 저유가의 저주로 불린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중동의 경기 불황은 건설 수주에도 차질을 주는 요인이다. 아울러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경기순환적 요인에다 각종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로 치달을 전망이다. 

배럴당 40달러대 붕괴 소식은 산업계로서도 비상이다. 수출주력 품목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조선·철강 분야 등에는 큰 시련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 업체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이 제로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국제유가 동향이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의 요인으로 석유시장의 과잉공급 우려가 지속되는 점을 꼽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OPEC의 생산목표 합의가 실패로 끝난 탓이 크다. 때문에 당분간 현재 생산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저유가는 정유·플랜트 등 수출부진업종에서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을 이끌었던 세계경기 부진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며 “정유·해양플랜트·중동지역 플랜트 수주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가 하락 디플레 우려…저물가 지속되나?

국제유가는 소비자물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으로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떨어뜨린다. 간접적으로는 국제항공요금, 도시가스요금 등 석유제품 원가 비중이 높은 품목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직·간접적인 1차 파급효과 이외에 2차 파급효과도 있다. 국제유가의 하락기간이 길어질수록 기대인플레이션과 근로자 임금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0.6~0.7% 수준에 머무는 등 1958년 이후 57년 만에 최저치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담뱃값을 1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린 것을 제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에 가깝다.

담뱃값 인상은 0.58%포인트의 물가 상승률로 이어졌으나 1년 넘게 계속돼 온 저유가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즉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고 근로자 임금 상승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또 다시 키울 수밖에 없다.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주가·부동산 값은 함께 떨어지고, 채무액의 실질가치가 늘어나는 등 주요 경제 주체에 큰 충격을 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은 글로벌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석유·조선·철강·기계 등 관련 수출 경기 회복 시점도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