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 ‘발등’ 찍혀… 내년 수출 전망도 어둡다

2015-12-07 13:54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내년에도 신흥국 수요 부진으로 수출이 부진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국내 산업계가 그동안 신흥국 수출에 지나치게 집중해온 탓에 커다란 리스크를 안게 된 것이다.

내년 선진국 경기는 회복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신흥국은 구조적 저성장 늪에 빠져 국내 경기가 동반 부진할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선진국의 견조한 성장 전망에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나타난다. 저유가의 장기화에도 뚜렷한 수요 개선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 하락 후 수출 물가가 -30% 이상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물량 개선세가 미약한데, 이는 세계 수요 부진이 심각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세계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저유가가 지속되어도 수출 물량 개선 효과는 제약될 것으로 판단했다.

저유가 등 원자재 가격 약세가 오히려 투자를 위축시키고 무역수지를 악화시켜 신흥국 경제 기반을 훼손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선진국 수요 개선 및 제조업 반등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경기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고도성장기에 가려져 있던 신흥국 시장의 구조적 취약점들이 드러나면서 리스크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LG경제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4~5%포인트이던 선진국과 신흥국 성장률 격차가 지난해 2%로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나아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고 우려했다.

신흥국 투자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의 확산이 주춤하다. 서비스 소비 비중이 늘어나면서 선진국의 성장이 신흥국의 수출증가로 이어지는 고리도 약화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신흥국 성장 둔화가 이어진다면 국내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흥국에 대한 수출로 국내 경제가 얻는 부가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23%에 이르며, 가계부채부담 등으로 내수기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도 “신흥국은 중국의 성장률 하락이 원자재 약세로 연결되는 가운데 미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심화로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 “국내 수출은 투자재와 중간재에 집중된 구조로 인해 글로벌 투자 부진 및 신흥국 성장둔화에 따라 내년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도 “주력산업의 수출부진은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2016년에도 수출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업종별로, 가전은 내년 브라질 올림픽 특수로 인해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될 수 있다. 정유와 석유화학은 올해 유가가 큰 폭 하락한 기저효과로 내년 수출은 소폭 개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출규모가 큰 반도체와 조선 수출은 각각 해외생산 물량 확대와 D램 가격하락, 저유가 지속에 따른 해양플랜트 인도 연기로 감소세 전환이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