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40달러 붕괴… 유가 하락 ‘호재’에도 한국경제는 먹구름

2015-12-07 14:29

아주경제 양성모·이재영 기자 =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가 무너지는 등 바닥없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유가가 하락하면 원자재 구입비용을 줄이고, 마진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른 판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경기 후퇴와 이로 인한 수요부진이 이어지며 저유가라는 호재에도 국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제168차 각료회의에서 산유량 감산 합의에 실패,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중인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7% 하락한 배럴당 39.97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40달러선이 붕괴됐다.

이같은 유가약세는 산유국간 헤게모니 싸움이 원인이다. 특히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국제 석유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점유율 유지를 위해 원유증산(增産)이라는 카드를 꺼네들며 치킨게임에 나섰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2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유가 상태가 이어지며 국내 수출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간의 ‘호재’라는 인식에서 ‘위험’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유가하락이 이뤄질 경우, 산업계는 원자재 구입 비용이 크게 낮아져 마진율 상승이라는 득을 얻어왔다. 하지만 최근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둔화가 장기화되며 낮은 가격의 제품도 팔리지 않는 ‘수요둔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 저유가 등 원자재 가격약세가 오히려 투자위축과 무역수지 악화를 동반해 신흥국 경제기반을 훼손하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의 수요 개선과 제조업 반등에도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경기하방 압력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요인으로 신흥국 성장 둔화가 이어지면 국내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흥국에 대한 수출로 국내 경제가 얻는 부가가치는 국내 총생산(GDP)의 23%에 이르며, 가계부채부담 등으로 내수기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하락후 수출물가가 -30% 이상 급락했지만, 수출물량 개선세가 미약하다. 이는 세계적인 수요부진이 심각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세계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저유가가 지속돼도 수출물량 개선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4~5%포인트이던 선진국과 신흥국 성장률 격차가 지난해 2%로 크게 줄었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나아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고 우려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도 “신흥국은 중국의 성장률 하락이 원자재 약세로 연결되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심화로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 “국내 수출은 투자재와 중간재에 집중된 구조로 인해 글로벌투자 부진 및 신흥국 성장둔화에 따라 내년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도 “주력산업의 수출부진은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내년에도 수출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