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저유가 시대' 정부 대책이 없다
2015-12-09 07:44
수출부진·저물가 기조 장기화에도 정부 "내수시장 숨통" 장밋빛 전망만
전문가들 "과거처럼 꼭 호재 아니다…소비절벽·수출전선 연쇄적 부진 우려"
전문가들 "과거처럼 꼭 호재 아니다…소비절벽·수출전선 연쇄적 부진 우려"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초저유가 시대를 맞아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저유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남발하고 있는 형편이다. 초저유가 시대가 지속될 경우 향후 수출 부진 등 한국경제 변수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유가하락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발생하며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오히려 유가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가 침체된 한국경제 내수시장에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다만 올해 한국 경제는 정부가 기대한만큼 저유가에 대한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수출은 악화되고 소비자 물가도 제자리걸음을 보이는 등 답보 상태에 빠졌다.
저유가 이슈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유가가 눈에 띄게 하락하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유가 시대가 한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최 부총리는 지난 1월 올해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저유가 대책을 내놓으며 이를 내수 활성화로 연계시키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해 유가하락 당시 5개 국책연구기관에 따르면 올해 유가가 63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경제는 약 30조원의 실질소득 증대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를 최 부총리에게 보고했다. 원유수입비용도 약 300억 달러 수준을 절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유가는 정부와 연구기관 예상과 달리 12월 현재 더 심한 하락세로 산유국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7달러대까지 올랐지만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는 썰물처럼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40% 가량 떨어져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밀렸다. 현재는 37달러까지 곤두박질 쳤다.
이는 정부가 예측한 60달러 선보다 한 참 낮은 수치로 이제 저유가를 마냥 한국경제 호재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의 불안감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유가 전망치보다 심각한 상황에도 시종일관 ‘호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가하락이 예상보다 더 떨어졌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잃는 것보다 얻는 부분이 더 많다”며 “기업 생산비 측면에서도 비용 절감효과가 중국·일본 등에 비해 약 2배 큰 것으로 평가돼 수출과 투자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유가하락을 단순히 한국경제 호재로 볼 문제가 아니다. 내년 한국경제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당장 내년 소비절벽이 우려되는 마당에 저유가는 수출전선부터 연쇄적 부진으로 내수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