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미래다]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 서예박물관 리모델링 통해 전통과 현대의 문화융합 시도
2015-11-07 16:13
연간 230만 명이 찾던 예술의전당 관객 수를 300만 명으로 늘린 것도 그의 공로다. 또한 오랫동안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 받아온 서예박물관 구조 변경을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서예박물관은 예술의전당 내에 있는 음악당이나 미술관, 오페라극장 등 몇몇 시설에 비해 가장 비인기 장소였다. 따라서 서예 분야의 발전과 저변확대를 위해 고학찬 사장은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 것이다. 2014년 1월부터 시작된 리모델링 작업이 이제 막바지 단계에 들어서 내년 2월 새로운 모습으로 완공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수장을 맡은 이래 “문화의 저변 확대”를 외치며 앞만 보고 달려온 고학찬 사장을 만났다.
지난 10월17일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고학찬 사장은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을 다시 꾸며 서예문화 부흥에 함께 하겠다”고 피력했다. 리모델링된 서예박물관을 어떻게 운영할지 궁금했다.
“서예박물관은 그간 27년 동안 손 한번 대지 않았다. 서예 관계자들이 옛날 것만 고수하고 새로운 조류를 받아들이지 않다보니 물이 고이게 될 수밖에 없다. 문화라는 것은 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며 새 물줄기를 만들어야 함에도. 타 분야와의 융합 및 제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겨 내가 시도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붓글씨로 영어 문장을 써내려가는 작업이었다. 리모델링된 서예박물관을 통해 음악과 서예, 동양과 서양, 미디어 아트 등등 다양한 분야끼리의 문화 융합을 시도해 서예의 매력과 강점을 또 다른 차원에서 개발, 소개할 것이다.”
문화 쪽에서도 서예가 워낙 비인기 분야다보니 정부 예산을 따내기가 쉽지 않았다. 예술의전당에선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전임자들이 정부 예산을 따기 위해 노력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던 것. 이에 대해 고 사장은 “서예박물관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예산을 따기 위해 별의별 시도를 다했다. 비가 많이 쏟아지던 저녁 팔레스 호텔 앞에서 주무부서인 기재부 관계자를 만나 굽신거리며 예산집행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설득에 들어갔다. 당시 기재부 관계자는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렸음에도 그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며 서예박물관 리모델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을 했고 결국 예산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여 예산을 따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예술의전당이 고급문화 저변확대를 위해 소위 ‘Sac on Screen’이라는 ‘영상화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일반 대중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고 사장이 예술의전당을 맡으며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들은 적지 않다. 최근 정부는 공공정보를 공개하고, 기관 간 칸막이를 없앰은 물론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발굴해 제공하고 권고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이런 정부 노력에 발맞춰 기관의 모든 활동을 이용자 중심으로 재편해나가고 있다.
“올해 예술의전당이 실시한 몇몇 사례는 정부의 3.0 사업과 그 맥을 같이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실버세대를 위한 융합공연 ‘시니어 패션쇼’ 개최 ▶‘예술의전당 노블회원제’ 가입으로 어버이날 선물 ▶‘Sac on Screen’, 태평양을 건너 해외에서도 상영 ▶군 장병의 문화복지 확대를 목표로 문화휴가제도 도입 제안 ▶국립예술단체와의 협엽으로 가족오페라 ‘마술피리’ 성공적 제작 ▶서초구와 협력해 ‘서리풀 페스티벌’ 성공적 개최 ▶예술의전당 사장 “대한민국 문화관광 산업대상” 수상 등이 좋은 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관객이 늘어야 공연예술계가 산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새로운 관객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70세 시대에 이어 이젠 100세 시대를 염두에 두고 이런 노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문화기획물들도 더 많이 나와야 하며, 술을 마시는 회식문화가 아니라 직원들이 그림이나 영화, 공연 등을 감상하는 문화회식제도 권장하는 바다.”
고 사장은 방송PD에서 제일기획, 삼성영상사업단, 그리고 대학 교수에 이르기까지 이력이 참 다양하다. 이제 예술의전당 사장에 취임한지 2년이 넘었는데 소감은 어떨까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의 계획도 궁금했다.
“사장으로 처음 왔을 때 주변에서 나를 ‘난민’ 취급했다. 그간의 내 경력이 예술의전당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 속에서 내가 할 일은 그저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여겨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결국 이렇게 동분서주해서 영상화 사업-서예박물관 리모델링-가곡의 밤 등과 같은 굵직한 것들을 이룬 점은 내 개인적으로도 성취감을 크게 느낄 정도다. 앞으로도 목표했던 것들을 위해 재임기간 동안 쉬지 않고 매진할 예정이다. 특히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동요와 가곡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줘 우리 문화근간이 더욱 튼튼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은 기간동안 동요와 가곡 사업에 가일층 매진해 내 뒤를 이어 후임 사장에서도 연속되는 사업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조성진 문화연예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