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뷰티, 중국에서 거품 빠지나?

2015-10-28 00:00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한류의 대표 품목인 화장품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내 제품 가격을 줄줄이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성장한 중국 토종 업체들이 현지 시장을 주도하면서 국산 화장품 가격까지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샤는 이달 15일부터 중국에서 판매중인 45개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2~30%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내 미샤 직영점과 가맹점·백화점·드럭스토어 등 1000여개 매장에서는 주요제품 가격이 최대 30%까지 인하된다.

스킨푸드 역시 10월부터 중국 현지 제품가격을 약 30~40% 인하한다. 이번 인하 품목은 스킨 케어, 메이크 업, 바디용품 등 전 상품에 적용된다. 스킨푸드 중국법인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화장품의 수입관세를 기존 5%에서 2%로 낮추면서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한 조치"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8월 중국에서 판매하는 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 등 4개 대표브랜드의 화장품 가격을 최대 12% 인하했다. 해외브랜드인 로레알그룹과 시세이도, SK-2 등도 비슷한 시기에 중국내 소비자가격을 최소 8%에서 최대 20%까지 인하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에서 잇따라 화장품 가격을 인하하는 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로컬기업 탓이 크다. 가격대비 높은 품질력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에도 중국정부의 수입품 관세 인하가 한 차례 있었지만 그때는 고급브랜드들이 오히려 가격을 30%인상했다"며 "이제 중국에서 한국브랜드들의 '고가정책'이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자란그룹·상하이자화·프로야 등 중국 토종 화장품기업 빅 8개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8%에서 지난해 14.2%로 커졌다. 반면 로레알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내 판매 증가폭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에스티로더그룹 역시 지난해 중국 매출액이 30억 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 증가하는데 그쳤다.

면세점과 역직구몰을 비롯한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화장품 가격에 별 매력을 못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중국 온라인 유통비중은 2008년 0.7%에서 2013년 13.5%로 5년만에 10배 이상 커졌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국 화장품 가격은 관세·물류비·마진 등으로 한국보다 20~50%비싼 상황이다. 

오린아 이베스트 투자증권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낮은 제품가격과 공격적인 한류스타 마케팅 등으로 한국 및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의 점유율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며 "별다른 기술력이 필요없는 마스크팩, 메이크업 제품 등은 이미 국내 브랜드의 기술력을 앞질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