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아주스타]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혀놀림 탁월한 명 보컬

2015-10-08 13:16
매혹적 음색의 소리꾼, 입술의 힘도 좋아
진성과 가성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

 

콜드플레이의 리드보컬 크리스 마틴[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혀끝은 단맛, 안쪽은 쓴맛, 양옆은 신맛을 느끼며 짠맛을 인지하는 맛봉우리는 혀의 앞쪽 표면에 퍼져 있다.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사탕 등이 혀끝에서 달콤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반면 그것들을 혀 밑에다 놓으면 혀위에 있을 때보다 단맛이 덜해진다. 혀는 이만큼 다양한 위치에서 우리에게 맛의 즐거움과 끔찍함 모두를 가장 먼저 느끼게 해주는 감각의 예민한 보고다.

노래도 혀에서 표현된다. 각종 공명부위는 물론 성대와 입술 등 중요 부위가 있긴 하지만 가사에 느낌을 잘 실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노래’는 혀에서 조절되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래를 맛있게 부르는 고수일수록 혀를 이용해 그 느낌을 다양하게 싣는다.

음악팬들이 보고 싶은 해외 스타 내한공연 1순위로 꼽는 밴드가 콜드플레이(Coldplay)다.

다수의 그래미상을 비롯해, 브릿어워즈, 빌보드뮤직어워즈, NME뮤직어워즈 등 세계 최고 권위의 숱한 상들을 휩쓴 이 영국의 록그룹은 유려한 멜로디와 빼어난 서정성, 인상적인 비트, 여성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무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매력을 갖췄다.

콜드플레이의 인기 핵, 즉 리드보컬 크리스 마틴(38)은 이 그룹 매력의 처음과 끝이다. 크리스 마틴은 섹시하고 매혹적인 음색의 탁월한 소리꾼이다.

그는 혀를 너무나 잘 사용한다. 그 뛰어난 혀놀림 때문에 소리가 다양하고 감각적으로 연출되며 거기에 음색까지 달콤하다. 입안의 공간을 잘 사용해 소리에서 농익은 맛을 낸다. 록과 팝음악 보컬을 통틀어 이만큼 매혹적이고 섹시한 소리를 내는 뮤지션도 드물다.

음역대의 변화가 별로 없음에도 지루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뛰어난 어택으로 발음 조절을 잘 하는 가운데 다양한 강약을 주기 때문이다. 콜드플레이의 명곡 ‘Whie Shadow’가 대표적이다. 이 곡을 들어보면 그가 단지 혀놀림이 유연한 것뿐만 아니라 입술의 힘도 매우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분명한 어택과 좋은 발음이 이것을 말해준다. 또한 가성에서 진성으로 극히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도 그만의 강점이다.

그러나 초기 콜드플레이 음악에선 부족한 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Shiver’나 ‘Yellow’의 경우 진성과 가성이 바뀌는 부분에서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고 소리가 비는 부분도 감지된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맛은 있지만 아직은 덜 익은 부자연스러움이다. 마치 그랑꾸르급 보르도 와인을 개봉해 충분히 공기와의 만남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마셨을 때의 그러한 부자연스런 맛이다.

반면 이후의 앨범, 특히 [X&Y]를 시발로 일취월장한 보컬 솜씨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비음 구사는 물론 가성과 진성대를 자유로이 오가는 매혹적인 소리 구사, 그리고 섹시한 혀놀림에 의한 독창적이고도 정확하며 다양한 색감의 노래는 가히 그가 일류 보컬리스트라는 것을 증명해주고도 남는다. 쉼 없는 ‘화려한’ 여성편력 와중에도 꾸준히 노래와 음악에 대한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문화연예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