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치권 "난민 더 받아야" 한목소리…압박 커진 캐머런 총리

2015-09-04 14:36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왼쪽),  지난 2일 터키 해변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와 그의 두 살 많은 형 갈립의 생전 모습. 갈립도 숨졌다. [사진= 캐머런 영국 총리 페이스북(왼쪽), 트위터]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영국 정치권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강력한 난민 수용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가디언, BBC방송,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다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3살짜리 어린 아이의 사진이 전 세계에 충격을 던진 가운데 집권 보수당을 비롯해 야당인 노동당에서도 캐머런 총리에게 더 많은 난민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집권 보수당 의원인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경제적 목적의 이민자를 끌어들이는 나라가 돼선 안 된다”면서도 “‘순수한’ 난민을 더 많이 받을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캐머런 총리를 압박했다.

같은 당 의원인 바론스 와르시 전 외무차관은 “영국은 부모를 잃은 미성년자들과 성폭력을 피해 탈출한 여성들을 수용한 오랜 전통이 있다”며 “정치적 환경이 어렵다고 영국의 전통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니콜라 블랙우드, 다니엘 해난, 제임스 베리 등 보수당 의원들도 같은 견해를 내놨다.

노동당에서는 당수 경쟁에 나선 앤디 버냄 후보가 난민 사태에 대한 의회 긴급 논의를 요청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러미 코빈 후보는 “국제사회가 더욱 적극적이고 더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리엇 해먼 노동당 당수 직무대행은 이날 캐머런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시리아에 인도적 지원을 늘리는 것과 시리아 난민들을 돕는 것 사이의 선택의 문제라는 총리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에겐 난민을 더 많이 받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3당인 스코틀랜드독립당(SNP) 니콜라 스터전 당수는 “방관하고 있는 영국 정부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었다”고 비난했다. SNP 전 당수인 알렉스 새먼드 의원도 “캐머런 총리가 나라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의 난민 수용 쿼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난민 수용 촉구 목소리는 종교계에서도 이어졌다.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는 “난민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은 매번 논쟁적이었고 어려웠지만 매번 우리는 도전을 이겨냈고 그 결과에 축복을 받아왔다”면서 “이번 사태에 연민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영국 이슬람교도위원회가 시작한 난민을 더 많이 받자는 청원에는 각각 10만명과 20만명이 서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아버지로서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아이의 시신 모습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면서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인디펜던트는 꼬집었다.

캐머런 총리는 오히려 “가장 비난받아야 할 자들은 알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이슬람국가(IS) 도살자들, 그리고 밀입국 브로커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지중해 난민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을 파견했고 시리아 난민 캠프들에 대한 지원 규모가 두 번째로 큰 국가”라고 설명했다.

BBC방송은 “캐머런 총리가 전날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면서도 “추가적인 반응을 내놔야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BBC는 한 차관의 말을 인용해 “유엔 난민기구(UNHCR)와 협력해 시리아 국경에 있는 난민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난민들을 영국에 데려오는 프로그램을 통해 난민을 더 많이 수용하는 방안이 하나의 선택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총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명을 데려올 것임을 시사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은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리아 난민 216명을 데려왔다. 이와 별도로 지난 4년간 시리아 난민 5천명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