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쌈짓돈’ 특수활동비 공방, 연말 주도권 중대 분수령…왜?
2015-08-31 18:32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권력자의 쌈짓돈’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가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여야는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 특수활동비의 투명화 방안을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강(强)대강(强)’ 충돌했다. 특수활동비 공방으로 8월 국회도 ‘빈손’ 종료하자, 연말국회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수사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1년 예산은 8800억원이다. 다만 영수증 첨부 없이도 가능, ‘눈먼 돈’, ‘묻지 마’ 예산으로 불린다.
특히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최종 타깃인 특수활동비 이슈에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사정당국의 길들이기, 이른바 ‘선거의 정치학’도 담겨있어 해법 찾기가 난망할 전망이다. 1일부터 본격 레이스를 시작하는 연말국회 내내 ‘정국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은 확고하다. 정부·여당은 무차별적인 특수활동비 공개는 ‘국가정보원법·감사원법·국회법·국가재정법’ 등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선(先) 법개정-후(後) 여야 논의’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반면 야당은 ‘국회 예산결산심사특별위원회 내 특수활동비 개선소위 설치’를 통해 현미경 검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특수활동비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자, 야당이 선제공격을 날렸다.
이에 대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논의를 해볼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수활동비 공개에 동의하느냐’고 기자들이 재차 묻자 “특수활동비는 주로 국정원·군·경찰의 안보·정보·치안과 관련된 활동비”라며 “어떻게 쓰이는지 용도가 공개되면, 활동 범위·목적·용처 등이 확인되지 않겠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수활동비의 정치학…野 ‘사정당국 길들이기’
핵심 관전 포인트는 특수활동비 이슈의 장기화 여부다. 야권이 정기국회 직전 특수활동비를 고리로 대여전선을 짠 것 ‘총선용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불법 댓글 의혹의 정점에 있는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정치적 국면마다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국정원 등 사정당국을 향한 전쟁선포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특히 극적인 남북 8·25 회담 타결로 안보 이슈를 실기한 상황에서 정치권 기득권 타파의 핵심인 특수활동비를 통해 대여전선을 뚜렷이 할 수 있다는 점도 야권 전략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녹음기처럼 때만 되면 국정원 문제 삼는다”고 꼬집었고, 다른 관계자도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권이 특수활동비 문제를 들고나온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힐난했다.
이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노동개혁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유죄 판결로 관련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특수활동비와 한 전 총리의 판결과 무슨 관계냐”며 “제대로 심사하고 정당하게 사용됐는지 철저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이슈를 예고한 셈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올해는 박근혜 정부 1·2년차 때보다 야권의 정국주도권이 더욱 약한 상황”이라며 “야권이 총선 전 마지막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기국회 이슈로 특수활동비를 들고 나왔지만, 정국돌파용은 아니다. 차라리 전통적 지지층인 2030세대와 수도권, 화이트칼라에 대한 맞춤형 공약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실기를 전면화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