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극적 접촉 합의…대치위기 출구 마련하나

2015-08-22 18:31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남북이 22일 극적으로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하면서 지난 20일 북한의 포격도발과 우리 군의 대응포격으로 일촉즉발의 충돌위기로 치닫던 남북간 대치가 위기탈출 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이날 오후 6시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노동당 비서(겸 통일전선부장)간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전격 합의했다.

북측이 이날 오후 5시를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시한으로 정하며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하겠다며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상태에서 남북이 대화창구 마련을 통해 당장의 충돌을 막은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날 고위급 접촉은 남북간 긴장이 계속돼 최악의 경우 충돌로 이어질지 아니면 대화국면으로 전환할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는 남북이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적지 않는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북측은 고위급 접촉에서 이번 도발의 빌미로 삼아온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과 관련 장비인 확성기의 철거를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으로서는 대북 심리전 방송은 이른바 '최고존엄'(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관한 문제인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우리 군은 이번 긴장 고조가 북한군에 의한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도발에서 비롯된 만큼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요구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측의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측은 지뢰도발과 포격도발 자체에 대해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어 남북 고위급접촉은 남북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채 겉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이번 접촉이 몇 시간짜리 용에 그칠 수도 있다.

남북이 북측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해법을 당장 찾지 못하더라도 북측이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이면 우회로를 찾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측이 전방지역에 대한 준전시상태 해제 등 군사적 긴장을 먼저 낮추는 조치를 취하면, 우리 군도 일시적으로라도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는 묘안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해법을 찾지 못해도 남북이 고위급접촉 추가 일정을 잡는 것도 일촉즉발의 위기를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방법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북측이 전날 오후 먼저 김양건 비서 명의 통지문을 통해 먼저 제안했고, 우리 측의 수정안에 대해 북측이 대표단과 관련해 일부 수정안을 다시 낸 것을 우리 측이 받아들이는 형태로 성사됐다.

특히 북측은 고위급접촉의 대표도 우리가 요구한 군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수용했다. 최근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외에 군의 가장 최고책임자인 황 총정치국장이 나와야 한다는 우리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또 고위급접촉 시간도 당초 군사적 행동 시한으로 정한 오후 5시에서 한시간 늦은 6시로, 접촉 장소도 판문점 우리측 지역으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