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 “진정한 노동개혁은 근로시간 단축”

2015-08-10 03:11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정부가 하반기 국정과제 중 최우선 의제로 삼은 ‘노동개혁’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엇갈린다.

여당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임금피크제와 이른바 ‘쉬운 해고’를 선결 과제로 삼고 있는 반면, 야당은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결국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반대한다.

방법론에 대한 입장도 첨예하다. 노사정위원회 재가동을 앞세운 여당과 여, 야,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논의하자는 야당의 대립구도는 한동안 정국을 소용돌이치게 할 것이다.

여야가 논란을 거듭한 끝에 도출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은 결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 향할 것이다. 그 노동개혁안을 받아들게 될 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에게 ‘노동개혁의 길’을 묻고 싶었다. 오랜 노조 활동을 거치며 온몸으로 노동계의 현실을 직면했던 김 위원장이라면 보다 궁극적인 해법을 제시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 노조 활동을 거치며 온몸으로 노동계의 현실을 직면했던 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은 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진정한 노동개혁은 근로시간 단축, 재벌개혁이라고 강조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 정부 '노동개혁', 방향부터 잘못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은 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 전날, 때마침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한 '노동개혁' 이야기부터 꺼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노동개혁의 핵심은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과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위한 ‘일반해고 지침(저성과자 해고지침) 마련’ 등을 통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한 마디로 “정부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정부가 노동개혁을 말하기 전에 '경기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전제가 이뤄지지 않고는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고, 기업의 투자를 독려해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은 공약 이행에는 관심도 없다. 잇따른 경제 정책실패가 마치 노동개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는 듯이 구조 개선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노동개혁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걱정이 컸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개혁 의제로 제시하고 있는 해고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 등은 노사 간은 물론 세대 간의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칫 커다란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것들을 청와대가 주도하는 형국"이라며 위기감을 표했다.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정부가 노동개혁 의제로 제시하고 있는 해고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 등은 노사 간은 물론 세대 간의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진정한 노동개혁은 근로시간 단축"

그렇다면 노동개혁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 김 위원장은 그 해법을 말하기 전에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심각한 이중구조부터 문제로 삼았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노동개혁 논의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사회가 노동자 계층이 내부적으로 분절화 되고,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조건의 격차가 확대되는 문제에 민감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완화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꼽았다. 이런 질서를 갖춰야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적정한 노동조건이 유지될 수 있고, 그것이 하도급 관계, 즉 갑을관계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도급관계가 제대로 유지되고 일감 몰아주기 문제 등이 시정되면 시장 선순환이 잘 이뤄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간극 또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와 함께 "기업들이 쌓아놓은 막대한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풀어야 한다"면서 "사내유보금을 기간제, 파견노동자들을 위한 근로조건 개선과 청년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노동개혁의 중요한 해법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꼽았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1.3배 많아 멕시코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긴 국가다.

그는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시급하게 단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연간 근로시간을 100시간 단축하면 고용률이 1.8% 증가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도 있듯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노동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바라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해도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 목적이 임금을 줄여서 장년층의 고용을 유지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하고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실제 정부부처 관료들에게도 임금피크제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통계나 근거를 갖고 오라고 하면 제대로 제시하지 못 한다"면서 "설사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 하더라도, 계약직이나 시간제 일자리나 만들어서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사정위는 이미 노동현안을 다루는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제도적 틀을 갖춘 만큼 이것이 정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김영주 환노위원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여야가 별도의 특위를 만들고, 정당 안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노동개혁 논의기구는 "노사정위 재가동이 가장 현실적"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상당히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김 위원장은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노사정위원회 재가동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론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다만 민주노총의 참여가 보장되는 전제에서다.

노사정위는 이미 노동현안을 다루는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제도적 틀을 갖춘 만큼 이것이 정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여야가 별도의 특위를 만들고, 정당 안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 안에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나, 집권여당에서 반대하는 이상 성립되기 어렵다"면서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위를 재가동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을 명분으로 노사정위를 정부 주도의 짜여진 판으로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 측에서 미리 의제와 내용을 정해놓고 합의를 위해서 들어오라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면서 "노사정위 재가동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동개혁 한 주체인 대기업의 민낯을 드러낸 만큼 김영주 환노위원장은 '재벌개혁' 또한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이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노동개혁 못지않게 시급한 '재벌개혁'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재벌개혁' 또한 노동개혁의 또 다른 한 축에서 정치권의 쟁점사안이다. 노동개혁 한 주체인 대기업의 민낯을 드러낸 만큼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 또한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이다.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토록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지난 2012년에 대표발의한 장본인이 바로 그다. 최근 당정 또한 여론이 나빠지자 기존 순환출자 금지를 논의하다, 결국 논외로 삼은 것에 대해서도 그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롯데 사태를 두고 "우리나라 재벌들의 전근대적인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번 롯데 사태를 보면서 기존 순환출자를 규율하지 않으면 이 같은 퇴행적 행태가 교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면서 법안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법인세 문제도 재벌개혁의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22%로,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미국보다도 13%가 낮다"면서 "법인세가 기업의 이익에 매기는 것 인만큼 기업의 이익은 많고, 가계소득은 적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벌이 벌어들인 이익금 710조원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한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벌개혁은 왜곡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총수 일가의 전횡과 독단을 감시할 수 있게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에서 중소·중견기업 정책으로 전환하는 경제민주화 논의가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