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국회 보좌관에 도전하라

2015-07-31 09:59
서인석 지음 | 심인 펴냄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보좌관도 직업이자 생활인이다.

우선 보좌진이 된다는 것은 당장 ‘직장인’으로 근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무 장소가 국회이고 하는 일이 법안 제·개정을 비롯해 행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일 뿐,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회사와 하등 다를 게 없다. 그래서 보좌진은 결코 폼 나거나 멋있는 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생활인’이다.

물론 개중에는 스스로를 ‘예비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보좌진도 있을 것이다. 보좌진 생활을 거쳐 기회가 되면 지방의회나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그렇게 되면 경우에 따라 국회가 일을 하기 위한 직장이라는 생각이나 자신이 생활인이라는 의식이 옅어질 수 있다.

실제로 글쓴이가 국회에 첫발을 내딛었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스스로를 ‘정치수업’ 중이라고 생각하는 보좌진이 적지 않았으며 이런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는 이른바 ‘3김’이라는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세 사람이 건재하던 시절이다. 3김의 비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여·야 국회의원을 하고 있었고, 또한 3김의 ‘비서’가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치권력의 언저리에서 생활할 수 있는데다가 운 좋으면 곧바로 국회의원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에게 보좌진은 절대 직업이 될 수 없으며, 만약 국회를 직장이라고 하고 보좌진을 직업이라고 하면 그건 대단히 불손(?)한 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비록 현재의 신분이 국회의원은 아니라고 해도 곧 국회의원이 될 것이기에 자신이 하는 모든 것들이 ‘정치’인 만큼 여기에 직장이나 직업이라는 개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던 것이다.

단순히 마음상태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과거에 다수의 정치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월급을 집에 갖다 주지 않거나 혹은 꼭 필요한 생활비 정도만 주고는, 인맥을 관리한다는 미명하에 사람들 만나는데 몽땅 써버리는 것이다. 식당에 갔는데 아는 사람이 다른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그 사람 밥값도 함께 계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여의도 문화’의 한 장면이다.

글쓴이는 2008년 5월 ‘국회 보좌진 업무 매뉴얼’이라는 책을 내면서 ‘직업으로서의 보좌진, 무슨 일을 어떻게 하나’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러자 몇몇 사람에게서 “어떻게 보좌진이 직업이 될 수 있느냐”는 내용으로 항의를 받았다.

요즘 20대 젊은이들에게 ‘3김 시대’라고 하면 과연 알아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불과 10여년 만에 세상은 크게 변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3김 시대의 연장선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설혹 그렇다하더라도 그건 개인적인 생각일 뿐, 그게 보좌진 생활을 규정하는 요소가 될 수는 없다. 요컨대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혹은 어떤 목적으로 보좌진이 됐든, 그 자체로는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과 하등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설혹 예비정치인이나 국정에 대한 경험 혹은 경력관리 차원에서 보좌진이 됐다고 하더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 업무의 성격 자체가 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결과가 정치적 행태로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생활인으로서 배우고 지켜야할 소양과 태도를 어기거나 혹은 일반 직장인의 그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회 보좌진 또한 직장인으로서의 애환과 밥벌이의 고단함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일을 잘 못하면 실직을 당할 수 있고, 그건 일반회사보다 훨씬 더 쉽게 그리고 빈번한 위험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국회 또한 생존을 위한 정글의 법칙이 관철되는 치열한 전쟁터이다. 420쪽 | 1만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