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박수근 누드화 한점은 6100만원, 한점은 3100만원 왜?

2015-07-16 09:40
서울옥션 <제7회 eBID NOW> EROS 파트>서 낙찰

6100만원에 팔린 박수근,무제 Pencil on paper, 20.0 X 12.5 cm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희귀성' 때문일까.  15일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제7회 eBID NOW> EROS 파트에 나온 국민화가 박수근의 '누드화'가 인기리에 팔렸다.

 세로 20cm에 그려진 한 점은 6100만원, 한점은 310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누드' 그림인데 가격은 반값이나 난다. 이유는 뭘까.

 먼저 6100만원에 팔린 누드 '무제'를 보자.

 연필 드로잉의 이 그림은 서울옥션 온라인경매에 나오자마자 화제였다. 각 매체마다 이 그림을 달고 기사를 올렸다. 국민화가 박수근의 재발견이었다. 그동안 노상 여인 나무등 서민적인 그림과 달리 화가의 면모를 드러낸 작품이었다. 신성시된 전설의 신화가 깨지는 분위기랄까. 남녀가 서서 사랑을 나누는 파격적인 소재로 박수근을 다시 보게한 작품이었다.  그 덕분이어서인지 55회나 응찰된 끝에 새주인을 찾아갔다.

 3100만원에 팔린 누드화는?.  위 작품(6100만원)과 달리 빨간원에 19금이라고 쓰여질 만큼 대담한 모습이다. 각 매체에서도 이 작품은 인터넷상에 사진도 올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22회의 응찰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같은 작가, 같은 누드화인데 왜 반값이나 차이가 날까. 

첫째, 보고, 안보고의 차이는 크다.  

55회나 경합이 이뤄진 6100만원에 낙찰된 작품은 이미 자동으로 '보증서'가 형성됐다. 각 매체마다 나온 기사만 스크랩해도 진품 보장은 끄덕없다.

둘째, 희귀성과 완결성에 있다.
 
 박수근의 기존 작품과는 성격이 또다른 그림이라는 희귀성과 더불어 완전한 회화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조형적 구성미가 한 몫했다. 알려진 박수근의 일반 드로잉이 선묘위주의 간결한 구성인 반면, 이번 누드화는 남녀의 포즈나 배경처리가 드로잉 이상의 완결성을 보여준다.
 
 남녀 사랑의 포즈의 차이도 작용했다. 6100만원에 팔린 그림은 대중적인 부담감이 적기때문에 재유통될 확률이 높지만, 남녀의 교합이 강렬한 포즈의 그림이었던 또 다른 누드화는 대중적인 측면에선 '음란서생' 에 머물렀다. (그래도 작품가격을 따지면 전세값 수준이니, 국내 춘화치곤 가장 '비싼 작품'이 아닐까싶다.)

세번째, '아트테크' 리세일도 고려됐다.

 무엇보다 이 누드화는 박수근의 이름값과 함께 일반 대중의 선호도와 리세일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춘화에 대한 수요계층은 한정되어 있겠지만, 남녀누드의 사랑 이라는 테마로 접근한 경우에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예술작품으로 어필해 리세일의 가능성과 폭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서민적인 '국민화가'의 짐작치 못했던 누드화로 주목받은 이번 경매는 '춘화의 재발견'이다. 아직은 은밀하게 감상하고 거래되던 '춘화'를 온라인 유통거래의 장에 끌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번경매에서는 작자미상의 '휴대용 일본 춘화첩'은 40만원부터 시작해 5만원 단위로 24회 응찰 끝에 140만원에 낙찰되었다. 조선 춘화첩은 1500만원, 인도 춘화첩은 35만원, 춘화 접시는 130만원에 낙찰됐다.

한편 서울옥션은 '에로스 경매'등으로 기획한 이번 온라인 경매는 낙찰총액 약 3억6030만원, 낙찰률 65%(125/19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