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초대석] 미술품 감정아카데미 첫 개설한 에이트 박혜경 대표

2015-07-02 08:33
"미술품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려면 미술을 알릴 전문가 많아야"

[국내 미술품경매사 1호에서 문화예술교육기관 사업가로 변신한 박혜경 대표는 국내 미술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대중과 소통하는데 미술컨텐츠를 만들어 미술 전파사로 미술시장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미술시장에서 감정은 작품의 진위를 가를뿐 아니라 작품가격을 책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반인들도 이제는 미술품 감정과 관련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시점이죠”

 문화예술교육기관 에이트인스티튜트 박혜경 대표(48)가  '2015년 미술품 감정 아카데미' 입문 과정을 개설 주목받고 있다. 일반인과 미술애호가들을 위한 강좌로는 국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서 '감정 아카데미'를 운영해왔지만 이는 미술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강좌였다.

 이 아카데미는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나섰다. 미술시장 활성화와 미술품 유통에 대한 객관적인 신뢰도 확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예산을 지원한 사업이다. 올 초 공모를 거쳐 '에이트'가 선정돼 지난달 29일부터 강의를 열고 있다. 정원 40명의 수강생은 이미 꽉 채웠다.  

  박혜경 대표는 "미술전공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문의가 잇따라 미술향유층의 욕구와 미술품 감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해당 분야 대표 전문가들의 생생한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 미술품과 미술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12일까지 3개월간 진행하는 '미술품 감정아카데미'는 그야말로 미술품 감정 인력 초급 과정이다. 강사진은 현재 미술시장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최병식 미술평론가,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정준모 광주문화전당 이사,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 신옥진 부산 공간화랑 대표, 엄중구 샘터화랑 대표, 송향선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장 등이 함께 한다.

 박 대표는 “미술작품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 보다 자세하고 전문적인 감정에 관한 부분까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달 29일 연 첫 강의는 미술평론가인 최병식 경희대 교수가 감정학 개론을 통한 미술품 감정의 역할과 기능을 살피고 동서양의 미술품 감정으로 진행됐다. 10강으로 마련된 강좌는 기본적인 감정학을 이해한 뒤에 한국미술의 형성과 진화의 계보를 훑어볼수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 조선시대 회화 감정에서 진작과 위작 판명을 받은 다양한 작품의 사례를 살펴보고 미술품의 시기별 가격차이와 국제적으로 경매에서 낙찰되는 레코드를 바탕으로 한국 미술품 시가감정의 실제도 알려줄 예정이다.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한국 추상미술과 단색화의 계보를 읽으며 그 열풍의 의미도 짚어본다.

 박 대표는 “미술품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이들 뿐만 아니라 변호사, 변리사 등 미술을 자신의 분야에 접목시켜 활용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나서 감정 아카데미를 지원할 만큼 '감정'은 미술시장의 핵심이다. 미술시장이 팽창할 수록 '감정'의 가치는 더욱 중요시 된다.  ‘감정’은 신뢰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진위 감정과 더불어 자산가치의 경제성을 공인화하는 시가 감정은 미술품 유통질서를 체계 있게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미술품 감정에 관한 지식은 관련 분야 종사자는 물론이고, 재테크 수단으로 미술품을 바라보는 이들과 애호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미술품 감정'은 작품의 생과 사를 가른다. 컬렉터에게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관문이다. 감정이 무너지면 미술시장은 대혼란을 초래한다.  '진품과 위품'을 구분하고, 작품가격을 좌지우지한다. 위작으로 나오면 1억짜리도 0원, '그냥 종이'에 지나지 않지만, 그냥 '종이 그림'도 진품으로 밝혀지면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감정' 때문에 천경자 화백이 절필을 선언해 파문을 일으켰고, 이 '감정'때문에 미술시장에 나돈 이중섭 위작을 걸러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감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국내에는 현재 기본 30년이상 그림을 팔아온 화상, 유명 평론가들이 감정을 하고 있다. 한때 '과학 감정'이 부상하기도 했지만, 그림 보는 '안목'은 화상들을 따라 갈수 없다는 평가다. 또한 자료축적의  DB화로 국내 감정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미술품 차세대 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대표는 "이전엔 감정위원들도 양분되어 혼란이 있었지만 현재 감정은 미술시장이 커진 만큼 신중하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작품의 유통 경로를 파악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인들도 작품에 대한 안목을 먼저 키워야 하지요."

  박 대표는 미술시장 어느 누구보다 감정의 위력을 아는 사람이다. 국내 미술품 1호 경매사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1998년부터 14년간 서울옥션 대표 경매사로 활동했다.  2007년 박수근의 ‘빨래터’가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낙찰될 당시 낙찰봉을 두드린 경매사다. 이후 '최초', '처음'의 행보는 이어졌다. 유명 경매사에서 국내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미술교육사업에 도전했다. 미술판이 커지면서 미술애호가와 컬렉터들이 늘어났지만 정작 미술품 투자에 대한 컨설팅이 부족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기관'이라는 간판을 단 에이트는 연간 120여회의 정규 강의와  연간 30회 이상 기업강의를 진행한다. 미래 미술산업 종사자를 위한 아트 스페셜리스트 코스로 미술시장과 아트마케팅, 전시기획, 아트디렉팅으로 구성된 1년 과정의 정규과정도 운영한다.  '미술애호가 해외 투어'를 처음으로 유치해, 미술시장의 아트투어 붐도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싱가폴 정부에서는 아시아 미술계 인사들에게 수여하는 '푸르덴셜 아이어워드'에 베스트 아트인스티튜트로 한국기관으는 처음으로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에이트 박혜경 대표]


 미술교육에 사명감을 갖고 매진하는 박 대표는 "미술문화의 대중적 확산"이 큰 목표다. 에이트(ait) 는 art institute의 약자로 '예술 지도 그리기'가 슬로건이다.  소수가 향유하던 미술품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려면 미술을 알릴 전문가가 많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섭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 미술애호가, 컬렉터, 미술계 종사자들에게 미술에 관한 이론 및 시장 트렌드 분석을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창의적 마인드 함양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미술시장은 생물입니다. 경기여파를 가장 극심하게 타는 부문이 특히 재화로서 미술품 시장이긴 하지만 앞으로 폭넓은 관점에서 미술시장이 확대되고 다변화 될 거라고 봅니다. 그 지점에서 에이트가 문화예술을 통한 교육으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저는 앤디 워홀이 말한 '예술은 우리를 또다른 세상으로 이끌어 준다'는 말을 공감합니다." 
 

 

■박혜경 대표는
"마이크 잡아봤지?"라는 한마디가 박혜경 대표의 인생을 갈랐다. 대학에서 사학과를 졸업하고 진로그룹 홍보실에서 광고를 담당하다 미술계로 들어왔다. 사내방송국을 만들어 아나운서를 맡아 하는 등 열정적인 직원으로 회사 화보에 실린 인터뷰 덕분이었다. 현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회장이 러브콜을 보낸 것. 미술시장 마이더스 손인 이회장은 색다른 방식으로 미술품을 팔자고 제안했다. 1996년 가나아트 갤러리 아트디렉터로 미술시장에 입문한 박혜경은 당시 LG홈쇼핑에서 미술품을 판매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케이블방송에서 열린 이 경매는 당시 재고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IMF가 터졌지만 미술시장의 위기는 기회로 다가왔다. 미술시장이 얼어붙고 화랑에 그림이 쌓이면서 새로운 판로개척에 나선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이 서울옥션을 창립한 것.  1998년 서울옥션 창립멤버로 합류한 박혜경 대표는 '마이크를 잡아봤다'는 이유로 경매사가 됐다.

 14년간 200여회의 경매를 진행했고, 국내 미술품 최고가 신기록은 박혜경 경매사의 손에서 나왔다. 잘나가는 유명 경매사에서 돌연 인생의 2막을 다시 연건 해외 미술시장을 다니며 미술 콘텐츠의 힘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왜 우리나라는 크리스티나 소더비처럼 미술전문교육기관이 없을까?" 이 의문은 2010년 문화예술교육기관인 '에이트'를 여는 출발점이 됐다.

 직원을 거느린 CEO가 됐지만 박 대표는 여전히 "미술품 경매사 박혜경 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입에 뱄기도 했지만, 여전히 국내 주요 경매의 망치를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첫 경매의 떨림과 설렘을 기억하고 있어요. 처음 경매에 오른 1번 작품 추사의 현판을 330만원에 팔았죠. " 박 대표는 "앞으로 바우하우스같은 미술문화를 전파하는 미술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hyu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