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 싸고 韓·日 주미대사 설전
2015-07-09 11:41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일본 산업혁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후속 대응을 놓고 미국 워싱턴DC에 주재하는 한국과 일본 대사가 공개 석상에서 설전을 벌였다. 2013년 상반기에 부임한 두 대사가 공개적인 토론석상에서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호영 주미 대사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는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위치한 헤리티지재단 '대사들의 대화' 세미나에서 일본 산업혁명 시설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평가와 후속 조치를 놓고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안 대사는 "일본 정부가 강제노동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한 만큼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는 것이 일본의 과제다"라고 지적했다. 유네스코가 일본에 요구하는 것은 "합의된 것을 이행하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사사에 대사는 "양국 간 논란이 있는 사안으로 특정한 문구에 과도한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한·일간 합의를 통해 일본 문화유산을 등재한 것이 중요한 것이지, 다른 것들은 사소하다"고 주장했다.
사사에 대사가 언급한 '다른 것들'에는 '강제노동' 논란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당초 조선인들의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했다가 추후 국내에서 이를 번복, 논란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안 대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모든 것이 문안으로 나와있다는 것"이며 "앞으로 양국이 합의한 것을 어떻게 이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이는 한·일 간 합의를 바탕으로 의장국인 독일이 강제노역 반영을 위한 주석을 단 결정문 수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원국 전원 의견일치로 통과시킨 만큼, 이를 토대로 강제노동 인정과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를 이행하라는 주문이다.
이번 세미나는 워싱턴DC를 무대로 '과거사 외교전'을 벌이던 안 대사와 사사에 대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두 대사는 아직 한·일관계가 풀리지 않은 상황임을 반영하듯 시종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그러나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자는데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