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 10년] ① ‘저가’ 꼬리표 단 애물단지서 ‘효자’ 등극
2015-06-29 17:00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값이 싼 물건은 당연히 그 품질도 나쁘다는 ‘싼 게 비지떡’이란 표현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를 비하하는 단골 메뉴였다.
기존 대형항공사처럼 수하물, 기내식,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 모든 서비스를 포함시킨 FSC(Full Service Carrier)가 항공여행의 정석처럼 여겨진 탓에 여객 수송에만 초점을 맞춘 LCC 사업모델은 ‘싸구려’ 취급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불안해서 타겠나”라며 우려하던 LCC 도입 초기와 비교해보면 출범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항공업계는 상전벽해를 이뤘다. LCC가 국내선 50% 이상, 국제선 13% 이상 여객을 수송하는 국내 항공업계 한 축으로 성장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내 최초 LCC였던 한성항공은 기존 대형항공사의 견제와 안전에 대한 우려로 수익성이 악화돼 기업회생 절차를 겪었다. 5개 LCC가 모두 취항한 2010년의 경우 진에어와 에어부산만 각각 영업이익 75억원, 37억원을 달성했다. 5개 LCC가 모두 영업흑자를 낸 것은 2년 전부터다.
LCC가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틈새’를 노린 노선확장에 있다. 특히 국내선 활성화에 공이 크다. 현재 5개 LCC는 15개 제주행 국내선에 취항 중이다. 30년 전만해도 제주도행은 신혼여행으로나 갈 수 있을 법한 특별한 여행이었지만 LCC 등장으로 현재는 서울, 부산에서뿐만 아니라 청주, 대구, 광주, 군산, 무안에서도 제주도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결국 수송객 증가와 지방공항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대표적인 예가 청주공항으로 1997년 개항 이후 18년 만에 올 1분기 영업흑자 2억4400만원을 달성했다. 지난달 6만9171명을 실어 날랐으며 전년 동기 대비 69.2% 성장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이 청주~선양·상해·연길·하얼빈·대련 노선을 운항 중이다.
LCC의 성장은 단순히 회사만의 성장이 아니다. 혜택은 소비자 몫이 됐다. 치열해진 경쟁 탓에 기존 대형항공사들의 독과점 구조를 견제하는 데 성공해 항공운임은 저렴해졌다. LCC만 단독 취항중인 일본 나가사키 노선을 진에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 항공여행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국내 LCC업계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서울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서울’, 국내 14개 지역 네트워크 항공사를 목표로 유스카이항공이 출범하게 되면 국내 여객 LCC는 총 7곳으로 늘어난다. 과거 출혈경쟁을 우려했지만 항공시장 파이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연간 항공여객 숫자는 사상 처음 80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9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전만해도 걱정과 우려의 대상이었던 LCC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