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국 정보·통신기기산업, 일본·중국 사이 ‘넛 크래커’ 심화”

2015-06-29 06:00

[그래픽=한경연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휴대폰, 노트북 PC 등 통신·정보기기 산업은 중국에 추월당하고, 시스템반도체 등 부품산업은 일본과 간격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한국의 정보·통신기기 산업의 ‘넛 크래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29일 발표한 ‘한국 정보통신기기산업의 한·중·일 국제경쟁력 비교 및 정책제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분류와 HS 수출품목 분류를 연계해 2009년에서 2014년 까지 정보기기산업, 통신기기산업, 부품산업, 방송기기 산업에 속하는 HS 6단위 193개 수출품목의 국제경쟁력 지수를 산정했다, 현시비교우위 값이 1보다 크면 해당산업 제품이 비교우위가 있음을 뜻한다. 비교우위지수는 단순히 경쟁국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던 품목뿐 아니라 각 품목별로 상대적인 수출경쟁력을 나타내므로 시장점유율보다 경쟁국에 대한 상대적인 경쟁우위를 표현하는 데 유용하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연구결과 우리나라가 주력수출품목인 휴대폰, 액정화면(LCD) 패널의 대 일본 수출경쟁에서 6년 만에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일본시장 주력수출품목인 △휴대폰 △LCD 패널 △평판모니터 △시스템반도체의 비교우위는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휴대폰 △LCD 패널 △노트북PC △보조기억장치 △멀티미디어카드 △무선통신기기부품 △광전자 △방송국용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에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쟁력 추월 양상은 휴대폰과 LCD 패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휴대폰의 경우 우리나라의 비교우위는 2009년 5.36에서 2014년 1.65로 감소한데 반해, 중국은 2009년 2.04에서 2014년 2.09로 증가했다. 또 2009년 한국 18.47, 중국 3.74로 큰 격차를 보였던 LCD 패널의 경우, 2014년 한국이 2.57로 크게 감소한 반면 중국이 13.4로 3.5배 가량 증가하는 등 상반된 추이를 보였다.

최남석 한경연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통신기기, 방송기기, 정보기기산업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격하는 속도보다 중국이 한국을 더욱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 원인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중국이 자국 기술보유 정책지원으로 기술수준을 높여가면서 한·중·일 간 가공무역 중심의 수직적 분업구조가 중국에게 유리한 수평적 경쟁구조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시장에서 비교우위를 보이던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품목도 비교열위 제품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경연은 동북아 생산분업구조 재편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고부가가치 생산공정에 특화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체계 및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국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사용하는 기존 분업구조에서 중간재 협력파트너로 한 단계 격상시켜 글로벌 밸류체인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또 “국내 정보통신기기 산업의 수출구조가 완제품에서 부품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핵심 기술개발 강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핵심부품의 수출을 촉진해야 한다”며, “유망 수출상품 개발을 통한 자발적인 사업재편 촉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