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적대적 M&A 방어수단 미흡해 기업 상장 기피”
2015-06-23 11: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취약한 경영환경 때문에 기업들이 상장을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23일 발표한 ‘상장활성화를 위한 상장사 제도합리화 과제: 회사법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기업의 상장비율을 보면 잠재적 IPO 기업 수는 매년 증가하는데 반해 실제 상장 기업 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잠재적 IPO 기업 수 대비 실제 상장 기업 비율은 2007년 1.88%에서 2013년 0.49%로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또한 잠재적 IPO 기업 수 대비 상장 기업 수 비율이 2007년 1.08%에서 2013년 0.39%로 떨어졌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 1주에 1의결권이 부여되는 것과는 달리 1주당 10의결권 등 복수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뜻한다. 주식을 보유하는 설립자와 경영진들은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면서 장기적 목표에 따라 경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한경연은 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을 들었다. 구글의 경우 2004년 상장 시 1주당 1개의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 A(Class A) 주식과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인정되는 클래스 B(Class B) 주식을 발행했다. 이에 따라 2014년을 기준으로 이 회사 최고경영자(겸 공동창업자)들은 시장에 공개하지 않은 Class B 주식의 92.5%를 보유하면서 구글 의결권의 60.1%를 행사하고 있다.
알리바바(Alibaba)도 홍콩거래소(HKEx) 상장을 추진하였으나 1주 1의결권 정책을 근거로 홍콩거래소가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허가하지 않자 2014년 9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알리바바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지는 않았지만, 뉴욕증권거래소가 이사회 다수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설립자로 구성된 파트너십에 부여하는 것을 허용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고 약 2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받게 되었다.
김 연구원은 “복수의결권 도입 가능여부가 그만큼 상장에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 2009년 법무부가 도입하려 했던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제도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법제화돼 활용되고 있는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공격과 방어간 공정하고 균형적인 경영권 거래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외환위기 이후 회사법상 지배구조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자 보호효과는 미미하고 경영비효율을 초래하는 강행규정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상장회사 법규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으로 이원화돼 법무부, 금융위원회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며 담당 부처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대규모법인 판단기준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대규모 법인 기준은 2000년 설정된 것으로 15년이 지난 지금 대상이 되는 법인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스톡옵션의 인센티브의 적용 범위 확대 △소수주주권별 행사요건 정비 △집중투표 시 특정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 폐지 △준법지원인 의무설치회사 범위 축소 △경영판단원칙 명문화 등이 개선방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상장회사 이사의 경우 이해관계자가 광범위해 책임추궁 가능성이 높아 위험을 수반한 경영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회사법에 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또한 “독일의 경우 2005년 주식법(Aktiengesetz)을 개정하면서 판례상 인정됐던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령상 명문으로 편입했다”며 “우리나라도 상장으로 인한 이사의 과도한 경영위험을 합리적으로 경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