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한국형 뉴딜과 양적완화로 더블딥 벗어나자

2015-06-03 10:48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한국경제가 더블딥에 빠졌다. 2012년 2.3%를 저점으로 2013년 3.0%, 2014년 3.3%로 회복돼 오던 성장률이 올해에는 다시 2.8% 내외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2012년 10월을 저점으로 미약한 회복세를 보여 오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마찬가지다. 2014년 3월을 정점으로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4월부터 하강하기 시작한 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경기가 더 회복돼야 하는데 회복 중에 하락하는 더블딥에 빠지는 모습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4월께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4월 산업생산지수는 전월비 –0.3%로 3월에 이어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5월 수출증가율은 –10.9%를 기록해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폭이 증가하고 있다.

900원선이 붕괴된 원·엔(100엔) 환율은 하반기 중 800원대 중반까지 추락할 전망이어서 하반기 수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규제완화나 구조개혁은 물건너 가고 경제활성화법도 부지하세월이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구조개혁과 규제완화도 안 되니 어떻게 경기를 다시 반등시킬 것인가. 하반기 전망되는 미국 금리 인상 전 확장적 통화·재정·환율 정책으로 경기를 반등시켜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20여년 만에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을 벗어나는 일본의 공통점은 초저금리 하에서 양적 완화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대비 2014년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본원통화 비율이 미국, 영국에서는 6%에서 22%로, 일본은 19%에서 52%까지 급등하고 있다. 그 결과 통화가치도 절하돼 수출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의 통화정책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가 침체하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으나 금리수준은 1.75%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본원통화 비율도 2007년 4.7%에서 2015년 3월 현재 7.8%로 증가하는데 그쳐 원화가치도 절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8일 1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으나 실효성은 미지수다. 이런 정책은 통화정책과 정책혼합이 이루어질 때 효과가 발휘된다. 통화정책과 정책공조가 되지 않은 경우 금리가 올라서 민간부문 투자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빚을 지면서 기업투자 유발을 위해서 하는 마중물 투자이므로 민생이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이전지출이나 소비지출보다는 지속적으로 성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인프라 등 투자지출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지출은 재정승수가 커서 효과도 크다.

규모는 너무 크면 거품을 유발하고 너무 적으면 효과가 적기 때문에 잠재성장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는 정도가 적정하다. 올해 3월 말 본원통화 규모는 116조원으로 명목 GDP 1485조원의 7.8%다.

원화는 교환성 통화가 아니므로 선진국처럼 20% 수준은 무리다. 본원통화를 명목 GDP 10% 수준으로 공급하면 32조원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

32조원을 재정승수가 큰 인프라 등 정부투자지출에 투자하고 재원조달을 위해 발행한 국채를 한은이 인수하는 경우에 1.0~1.2% 정도의 성장이 유발돼 성장률이 3.7~4.0% 정도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