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번엔 ‘혁신위 딜레마’…돌파구 못 찾는 野

2015-05-21 16:26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초계파 혁신기구’ 딜레마에 빠졌다. 경쟁적 협력관계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문 대표의 혁신위원장 제안을 거부한 데 이어 유력한 플랜 B인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카드’조차 비노(비노무현)그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문 대표의 ‘고강도 혁신안’이 당내 분란의 단초로 전락한 셈이다.

21일 새정치연합에 따르면 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비공개회의를 열고 혁신기구 구성을 논의했지만, 계파 간 견해차만 확인한 채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특히 문 대표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조국 카드’를 비노 이종걸 원내대표가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자, 지도부 투톱 간 균열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제1야당의 위기감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野 투톱마저 균열…결국 ‘복수 논의’

“답이 보이지 않는다.” 친노(친노무현)그룹 관계자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최근 당 내홍과 관련해 던진 말이다. 친노 패권주의를 둘러싼 극한 치킨게임은 물론, 정치의 기본인 ‘갈등 중재’ 역할이 당 내부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날 새벽까지 진행된 당 지도부의 비공개회의에서는 제1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조국 카드’에 긍정적인 문 대표에 맞서 비노그룹 지지를 받고 당선된 이종걸 원내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조 교수는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한길·안철수’ 체제 직후 친노그룹이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밀었던 인물이다. 당시 문 대표가 ‘조국 카드’ 성사를 위해 물밑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교수가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표를 지지한 데다, 공천혁신의 조건으로 △현역 의원 교체율 40% 이상 실행 △완전국민경선 실시(단 전략공천 20~30%는 제외) △4선 이상 다수 용퇴 내지 적지 출마 △도덕적·법적 하자가 있는 후보 공천 배제 등 ‘초강력 개혁’을 피력하자 비노 내부에선 ‘공천 물갈이’의 신호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논란이 일자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복수의 후보군을 두고 계속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조 교수는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안 전 대표는 제외키로 했다. ‘응답하라’는 문 대표의 제안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조국 “백면서생 호출 말고”…김한길 “文, 독주 안돼”

조 교수도 ‘혁신기구’ 구성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혁신위(원)장을 누구로 하느냐 (하는) 고민보다는 그 혁신안들의 즉각적 실천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백면서생을 호출하지 마시고 130명의 선량(選良)들의 힘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성장을 위한 남북경제협력’ 토론회에 참석해 문 대표를 직접 겨냥, “대권 행보를 독주하는 모양새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안 전 대표와 박원순 시장 등 차기 대권잠룡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그는 “전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가 기득권 포기를 공식 결의하고 당력을 모아 공동 추진하는 것이 효과도 크고 아름답기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천 혁신과 관련해선 “식견과 경륜을 갖춘 존경하는 중진 의원 여러분께서 자발적으로 ‘적지’에 몸을 던져주시기만 해도 민생과 민주를 위한 정권교체는 한 걸음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충고했다.

비노그룹의 목소리도 한층 커졌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공정성장을 위한 남북경제협력’ 토론회에 참석해 문 대표를 직접 겨냥, “대권 행보를 독주하는 모양새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안 전 대표와 박원순 시장 등 차기 대권잠룡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의 문제를 계파 문제로 접근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노는 하나의 조직으로 뭉친 계파가 아니며, 제가 비노의 수장이라는 것도 틀린 말”이라고 ‘분열 프레임’의 책임을 친노에 덧씌웠다.

일각에선 문 대표의 승부수인 ‘혁신기구’ 구성 자체가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가 있는 상황에서 ‘전권’을 주는 혁신위가 가능하냐는 주장이다. 통상적으로 최고위 이외에 전권을 가진 기구는 비대위가 유일하다. 전권을 가진 혁신기구와 당원, 일반 국민들이 선출한 지도부의 권력이 ‘상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한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와 관련해 “혁신기구의 역할이 애매한 상황인 것은 맞다”며 “기득권을 쥔 지도부가 있으면서 혁신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혁신위 무용론이 나오는 게 제1야당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문제의 핵심은 지지는 호남에서 구하면서, 당권과 대권 등은 비호남이 차지하는 ‘비대칭 구조’에 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강도 높은 수습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호가 또다시 난항에 빠짐에 따라 주중 혁신기구 출범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