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땅콩회항' 사건의 장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소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1심에서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그대로 유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22일 오전 10시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뉴욕 JFK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기내 서비스(마카다미아 제공)가 매뉴얼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무장과 여승무원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여 상무와 함께 이후 진행된 국토부 조사 전 과정에 걸쳐 개입하고 조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1심 선고 직후 항소했다.

항소심에선 업무방해와 강요 등 혐의는 인정하고 형량이 높은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의 성립 여부만 다퉈왔다.

조 전 부사장이 항공기를 돌리기 전 항공기가 이동한 17m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측은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비쳤다.

검찰은 "항공보안법의 입법취지는 항공기 운행 과정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항공보안법상 '항로'란 항공기가 운항하는 진행경로와 진행방향을 뜻하는 것이다. (하늘에서의) '항공로'로 축소해석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조 전 부사장이) 항공기를 멈추고 되돌아가 사무장을 내리게 한 후 재출발해 (해당 항공기의) 출발예정 시간이 24분 지연됐다"며 "뉴욕 JFK공항처럼 전세계의 수많은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에서 이 같은 회항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항공기 항로변경죄에서의 항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항공보안법은 비행기 납치를 방지하고 지상의 경찰력이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주목적을 두고 있다"며 "반면 이 사건은 항공기가 엔진을 끄고 토잉카의 견인을 받아 유도로를 이동하는 '푸시백'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어 "푸시백은 기장의 역할이 배제되고 항공기가 관제사의 지시·통제에 의해 이동하는 상황"이라며 "다른 비행기의 충돌 가능성이 없고 지상 경찰력의 출동도 가능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1심 때와 같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회장의 장녀이자 부사장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해 항공기 안전에 관한 법질서를 무력화시켰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한편 땅콩회항 사건 당시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한 승무원 김도희씨가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 3월 미국 뉴욕퀸즈법원에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 등을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씨는 탄원서에 "조 전 부사장을 모신 14시간의 비행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 갇혔던 기억"이라며 "조 전 부사장 일가가 두려워 회사에 돌아가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