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땅콩회항' 조현아 사건의 본질

2015-04-07 14:38

▲최수연 사회부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지난 1일 오후 3시 30분 서초동 서울고법 302호 소법정에서는 땅콩회항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는 그동안 머리를 푹 숙이며 단발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모습은 없었다. 머리를 질끈 묶어 얼굴을 드러내며 검정 뿔테안경을 쓰고 나타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눈동자를 굴리며 방청객을 살피는 여유도 보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검사와 변호사, 판사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소 힘들어하는 표정도 얼굴에 드러났다.

재판이 시작되자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호인단은 "93일간의 수감생활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역지사지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며 절박한 마음으로 선처를 구하고 항소의 문을 두드린 것이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길 바란다"며 여론의 매서운 칼날을 의식하는 듯 감정에 호소했다.

재판은 예상대로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에 대한 변호인단의 적극적인 무죄 주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1심에서 항로변경죄, 항공보안법상 항공기안전운항저해 폭행과 형법상 업무방해, 강요 등 4가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실형 1년을 선고받았다.

땅콩회항은 기내에서 벌어진 직원 폭행 등 세간의 주목을 이끈 '오너 갑질' 사건이다.

하지만 사건 후 들려오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보도는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는 생각마저 든다. 항소심이 시작되기 전 "조 전 부사장이 돌을 넘긴 쌍둥이 아들을 그리워한다"며 "구치소에 아이들을 데려갈 수 없어 조 전 사장은 구속 뒤 두 아들을 만나지 못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또 실형 선고 뒤 조 전 부사장의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며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소문도 들렸다.

죄의 유무를 떠나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다양한 주관적인 의견이 여론을 지배하며 사건에 대한 판단마저 흐려지는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

재판이 끝나자 기자의 오른편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구슬픈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여인이 눈시울을 붉히며 한 손으로 입을 가린채 애처롭게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재판을 받은 국토부 조사관을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에 향한 안타까운 시선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