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단자위권법안 각의결정... 시민단체 "전쟁하는 법안 무효"

2015-05-14 18:41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2차대전 패전 이후 평화헌법 체제 하에서 교전권을 스스로 포기한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의 문턱에 올라섰다.

일본 정부는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개최해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내용의 11개 안보 법률 제·개정안을 의결했다.

11개 법안 중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은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일지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해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내각은 오는 15일 11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아베 내각이 지난해 7월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용인키로 한 집단 자위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진다. 자위대의 후방지원 대상도 미군에서, 미군을 포함한 외국군으로 확대되고, 후방지원 활동지역도 '일본 주변'에서 전세계로 넓어진다.

우방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지면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포기', '교전권 부정' 등을 담은 헌법 9조 하의 '전수(專守) 방위(상대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 원칙은 존립의 기로에 선다.

또 한반도 유사시의 미군 후방지원을 상정한 현행 주변사태법을 대체할 중요영향사태법안은 '방치할 경우 일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 발생시 전세계 어디서나 자위대가 미군 등 외국 군대를 후방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문을 담았다.

새로 도입되는 국제평화지원법안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이 위협받는 사태에 대응하는 외국 군대를 자위대가 후방지원할 때 매번 특별조치법을 만들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항구법이다. 이 법안에 따른 자위대 파견시 정부는 예외없이 국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총리가 국회에 승인을 요구할 경우 중·참 양원은 각각 7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규정이 붙었다.

평시와 무력충돌 상황의 중간 단계인 '회색지대 사태'시 일본 방어를 위해 활동하는 미군 등 외국 군대를 자위대가 무기를 써가며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이번 개정 법안에 포함됐다.

아베 내각은 또 회색지대 사태시 자위대에 치안 및 해상 경비 활동을 신속하게 명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화로 각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각의에서 결정했다.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가 한국 영역에 진입할 경우 반드시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근거가 될 '영역국가 동의' 규정은 타국군 후방지원 활동을 다루는 중요영향사태법안과 국제평화지원법안에 들어간 반면 집단 자위권 관련법인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아베 정권이 집단자위권 행사에 필요한 법률 제·개정안을 확정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일본 도쿄도(東京都) 총리관저 주변에는 안보법제 정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 약 5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은 필요 없다', '헌법 9조를 지켜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날 오후 예정된 안보관련 법안의 각의 결정 계획에 반대했다.

도쿄신문은 아베 정권이 작년에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헌법 해석을 바꾼 것에 반대하는 '피스윙'이라는 시민단체가 당시 각의 결정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야마나카 미쓰시게(山中光茂) 미에(三重)현 마쓰사카(松阪) 시장이 대표인 이 단체는 헌법해석을 바꾼 각의 결정이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9조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소송 구상에 동의해 위임장을 제출한 이들이 지난달 22일 기준 22일 기준 414명에 달했다.

이밖에 일본과학자회의가 집단자위권 행사 관련 법제 정비에 반대하는 결의를 채택했고 헌법 해석 변경에 반대하는 지방의원으로 구성된 자치체의원입헌네크워크가 이달 26일 총회를 열어 안보법안을 검증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반대 운동이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