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총기사고, 계획적 범행이었다"

2015-05-14 17:16
군, 자살암시 문자·유서로 계획범행 잠정결로

서울 내곡동 예비군 사격 훈련장에서 13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계획된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YTN방송화면캡처]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서울 내곡동 예비군 사격 훈련장에서 13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계획된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은 사건 이틀째인 14일 5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내곡동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 가해자 최 모(23)씨의 계획 범행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육군 중앙수사단장 이태명 대령은 14일 발표에서 총기를 난사한 최 모(23) 씨가 "범행 동기와 관련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이 계획적 범죄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 씨의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의 내용과 주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전에 이번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수사단에 따르면, 최 씨는 휴대폰으로 지난 3월부터 이번 달까지 친구에게 자살을 암시한 문자를 수차례 보냈다.

이 대령은 "사고자가 지난 4월22일 친구에게 '5월12일 난 저 세상 사람이야, 안녕'이라는 등 자살을 암시하는 휴대전화 문자 10건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며 "휴대전화 문자를 받은 친구는 남자로, 초·중학교 동창이며 어머니들과도 잘 아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 씨가 지난 12일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해 같은 생활관을 사용한 예비군들과 범행 전날 저녁 마찰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마찰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13일 사격장에서 조교에게 "1사로(사격구역)가 잘 맞는다"고 자리 교체를 요구했으며 일부 예비군들은 최 씨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예비군이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이 대령은 설명했다.

최 씨는 올해 초부터 선박용접공 자격시험을 봤으나 실패해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고 군에 입대하기 전인 2010년 2월에는 '과다운동성 행실장애' 등으로 6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 복무 중에도 자살징후가 식별되어 B, C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으며 주특기 적응에도 어려움을 보여 보직이 4차례나 변경됐다. 근무 부대도 대대 1번, 중대 2번을 옮겼다.

최 씨는 현역 시절이던 2013년 6월 진행된 부대 인성검사에서는 "내적 우울감과 좌절감 상승, 군 생활에 비관적 태도, 자기 가치와 능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같은 평가를 받았다.

최 씨는 예비군 훈련 기간 동료 예비군들과는 별다른 마찰이 없었던 것으로 중앙수사단은 보고 있다.

최 씨가 군대에서 정신병을 얻었다는 증언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웃 주민들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최 씨의 이웃 주민인 70대 할머니는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군대를 다녀온 뒤 이상해졌다는 말을 들었다"며 "왜 빨리 병원에 안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3일 개인화기 사격훈련 당시 최 씨의 K-2소총에 걸려 있어야 할 안전고리는 제대로 걸려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절차상 예비군이 직접 안전고리를 채우고, 이를 조교가 확인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육군은 밝혔다.

한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서울 내곡동 동원훈련장에 있던 "210연대 예비군들은 이날 오후 2시에 전원 퇴소했다.

이들은 예정된 훈련 일정상 이날 오후 5시에 퇴소할 예정이었으나 육군은 12일 오전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이후 훈련을 중단하고 이들의 조기 퇴소를 결정했다.

210연대 소속 예비군은 모두 538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 등으로 소정의 훈련 시간을 채운 26명은 이날 오전 10시에 먼저 퇴소했다.

210연대 예비군들 가운데 총기 난사 사건을 목격한 예비군 50여명은 부대에서 국군수도병원 소속 군의관들로부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