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장녀 박인숙씨 "창신동은 아버지와 우리 가족이 행복했던 곳"

2015-04-30 09:25
DDP이간수문전시장에서 박수근 50주기 특별전 '국민화가 박수근'

[박수근의 큰 딸 박인숙씨가 어릴적 독서하는 모습을 아버지가 그려주신 그림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6.25사변때 아버지는 남쪽으로 어머니는 이북으로 헤어졌지만 영화처럼 3.8선을 넘어 두 분이 만난 곳이 여기 동대문이다. 집은 가난했지만, 아버지가 화가로서 꿈을 키워나간 곳이자 가족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던 곳이 창신동이다.”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장녀 박인숙(71)씨는 "아버지 그림을 다시 보니 정말 좋다"며 "우리 가족의 추억이 서린 이곳에서 전시하게되니 꿈만 같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가 흐뭇해 하실 것"같다며 뭉클해 했다. 그는 창신동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1학년때까지 살았다고 회상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간수문전시장에 박수근 50주기 기념 특별전 '국민화가 박수근'전이 30일부터 열린다.

 박수근의 나무와 두여인, 절구질하는 여인 귀로등 유화 45점과 수채화 5점 등 총 50점이 걸렸다.

 전시장은 당시 박수근이 살았던 골목길 처럼 구불구불한 동선을 활용, 입체감있게 꾸몄다. 뒷 모습의 '기름 장수'를 시작해 바가지 머리가 인상적인 장남 박성남의 다섯살 모습, 사랑한 부인의 고무신등 수채화 그림으로 끝난다.
 
 

[사진=박현주기자]


 박수근에게 창신동은 행복했던 곳이자, 예술이 꽃피웠던 시기다. 초상화를 판 돈을 모은 아내가  큰 마루가 있고 두칸짜리 방이 있는 집을 사  '내 집 마련'을 이룬 곳이고, 동네와 시장에서 일을 하는 억척스런 여인들과, 할일없이 멍하니 앉아있는 남자들을 모델로 화폭에 그려내며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할만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선한 그림'을 남겨놓고 간지 50주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창신동에 머물러 있다. 흑백사진으로 남은 그는 그림을 잔뜩 쌓아놓은 마루에 오두커니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 작품중 ‘아기 업은 소녀’ 와 '독서하는 아이'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큰 딸은 "그 그림 모델이 자신"이라며 다시 아이가 된 듯 그림앞에서 환해졌다. "아버지는 제가 책 읽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본 것 같아요. 아버지는 딸을 사랑한다고 하잖아요. 먹을 것을 줘도 성남이 보다 제게 더 주곤 하셨죠."
 

["아이업은 저 아이가 바로 저예요" 초등학생때 막내 성민이를 업고 있던 박인숙씨가 그림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박현주기자]


  이번 전시는 대부분 공개됐고, 많이 소개됐던 그림들이지만 박수근의 대표작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미가 있다. 그동안 박수근의 회고전은 개인화랑에서 7회, 사립미술관에서 1회등 총 8회가 열렸지만, 모두 단편적으로 진행돼고 소장처가 분산되어 대표작들이 함께 모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창신동 시절을 중심으로 인물, 정물, 풍경으로 나눠 50~60년대 한국을 선하고 진실하게 그려낸 박수근의 예술세계를 다시 한번 자세히 볼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 작품 선정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등이 했다. DDP는 역대 회고전중 대표작이 가장 많이 나오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DDP이간수문전시장은 동대문 길가에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박현주기자]


한편, 전시 기간 건축·디자인계가 창신동의 '장소 혼'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펼친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은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창신동과 숭인동의 골목길과 공터, 그리고 주거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제안하는 놀이공간을 제안한다. 또 박수근을 동네로, 일상으로 불러내는 교육 투어 체험 문화상품도 판매한다. 전시는 6월28일까지. 입장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