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與 탈환이냐, 野 수성이냐’, 패배 땐 ‘박근혜·문재인’ 한쪽은 치명타
2015-04-29 05:00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현재 권력의 굳히기냐, 미래 권력의 뒤집기냐.”
박근혜 정부 3년차 승부처인 4·29 재·보궐선거의 막이 올랐다. 한국 정치의 상수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 결과는 정부의 국정운영 향배와 여야의 권력구도 재편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보선이 박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후폭풍 가운데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패배하는 쪽은 정치적 내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29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의도 정치권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는 4·29 재·보선을 하루 앞둔 28일 4곳의 판세가 초박빙이라고 판단하고 ‘수도권 집중유세’(집권여당)와 ‘48시간 뚜벅이 유세’(제1야당)을 통해 막판 표심 훑기에 나섰다.
◆與 최소 2석 확보…승리 땐 ‘K·Y 라인’ 부상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 ‘인천 서·강화을→서울 관악을→경기 성남 중원’ 등을 순회하는 수도권 집중유세를 펼쳤다. 야권 텃밭인 광주 서구을은 버린 채 수도권에 승부를 건 셈이다.
김 대표는 이날 지역 구석구석을 돌면서 재·보선 지역의 낙후성을 언급하면서 “집권여당의 힘이 있어야만 그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며 ‘지역일꾼론’ 고리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새누리당 내부적으로 승리 분기점을 ‘최소 2승’이라고 판단하고 플러스알파(+α)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당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2승이면 승리, 3승이면 대승”이라고 밝혔다.
특히 여론조사 기간 내내 우세를 보인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 이외에 야권분열로 서울 관악을까지 어부지리를 얻는다면, 압승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조기 레임덕에 시달렸던 박 대통령은 국정 동력을 확보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 등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지난해 말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올해 ‘담뱃값 인상→연말정산 후폭풍→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으로 이어진 잇단 악재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셈이다.
당내 권력 구도의 재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11대(여당)대 4(야당)’로 압승한 ‘김무성 체제’가 또다시 승리를 거둔다면, 김 대표 중심의 구심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비주류 지도부의 한 축인 유승민 원내대표의 협상 주도력에도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집권여당이 1석 정도에 그칠 경우 박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죽은오리·dead duck) 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인 ‘K(김무성)·Y(문재인)’ 라인의 상처도 불가피하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내부의 ‘원심력’이 커지면서 제3의 대안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文 “朴, 선거중립 위반”…정권심판론 사활
제1야당의 사정은 복잡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탈당한 정동영(서울 관악을) 국민모임·천정배(광구 서구을) 무소속 후보의 출마로 야권 텃밭 수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민주화의 상징 ‘광주’와 서울의 호남 ‘관악을’ 지역을 반드시 지킨다는 전략 아래 ‘문재인 사위론’이 일고 있는 인천 서·강화을의 이변을 기대하고 있다. ‘최소 2승’이면 승리, ‘3승 이상’이면 압승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성남 중원 보궐선거 지원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참여정부 특별사면 논란의 진실규명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간접적으로 여당의 선거를 지원한 것”이라며 “선거의 중립도 위반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사전투표율이 예상보다 낮은 데다 재·보선 특성상 정권심판론이 ‘제한적 영향력’에 그친다고 판단하고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받는 박 대통령에게 ‘헌법 위반’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전략이다. 정권심판 프레임에 불을 붙여 ‘반(反) 박근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이 깔린 셈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제1야당이 승리할 경우 문 대표는 차기 대선가도에 날개를 달 전망이다. 미래권력인 문 대표가 대선의 급행열차를 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제1야당의 2승에는 반드시 광주·관악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인천 서·강화을과 성남 중원 등의 이변에도 불구하고 두 곳 중 한 지역이라도 잃게 된다면, 문 대표는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관악 재·보선 지역이 ‘제3세력 평가’의 장이라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 20대 총선을 앞두고 ‘메가톤급’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비노(비노무현)그룹을 중심으로 한 ‘탈당 원심력’이 커지면서 친노(친노무현)그룹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여당이 성남·인천, 제1야당이 관악·광주 등을 가져가면서 2승2패를 기록한다면, 양측은 중·후반기 내내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야권 지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권이 승리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만일 2승 2패라면, 새누리당이 우위라고 봐야 한다”며 “4곳 중 3곳이 야권지형이었고, ‘성완종 파문’으로 정권심판 프레임이 작동했음에도 여론의 우위를 투표를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이 광주를 내준다면, 치명타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