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실적압박에 증권사 영업맨은 괴로워

2015-04-20 17:52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국내 주요 증권사가 2014년 11월 후강퉁(중국 상하이와 홍콩 주식시장 교차거래) 실시 후 영업사원을 상대로 해외주식 약정(거래수수료) 실적까지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선지점 영업사원에게 국내주식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해외주식 실적도 요구하고 있다"며 "간접적이라고 하지만 평가항목에 넣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는 영업점마다 손익분기점(BEP)을 정하고 있다. 위탁매매 약정영업으로 이를 채워야 하는데, 여기에 해외주식 실적까지 추가된 것이다. 영업사원은 BEP를 못 채우면 인센티브를 비롯한 성과보상에서 제외돼 불이익이 크다.

회사가 해외주식 영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수수료가 국내주식보다 많아서다. 실제 국내주식 수수료가 0.1% 안팎인데 비해 해외주식은 0.5~0.7%에 이른다. 

더구나 주요 증권사가 후강퉁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마케팅이나 시스템 구축에 쓴 비용도 적지 않다. 이 역시 회사가 후강퉁 관련 실적을 영업맨 BEP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후강퉁 관련 점유율 1위인 삼성증권은 영업직원 평가지표인 '프라이빗뱅커(PB) 평가표'에 후강퉁 성과를 넣었다. 후강퉁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다. 중점을 두고 살펴보겠다는 얘기다.

이 회사뿐 아니라 점유율이 둘째로 높은 유안타증권이나 다른 주요 증권사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하반기에는 중국 선전과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도 시행이 예고돼 있다. 이래저래 증권사 영업사원 실적 압박이 커질 일만 남은 셈이다.

이에 비해 투자자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약정 압박을 없앤 증권사도 있다. 신영증권이나 한화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약정 압박을 없애야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치킨싸움을 하고 있는 증권업계 현실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