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히로시마 착륙 사고, 가시거리 확보 여부 두고 공방

2015-04-17 11:22
일본 언론 “안갯속 착륙” vs 아시아나 “필요 수준 확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국토교통부]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히로시마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착륙 사고 원인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여객기가 착륙하기 전 가시거리가 짧아진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측은 착륙 당시 필요 수준의 가시거리가 확보됐다는 입장이다.

야마무라 아키요시 아시아나항공 안전담당 부사장은 지난 16일 오후 일본 히로시마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착륙을 시도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시정(육안으로 볼 수 있는 최대거리)이 착륙 가능한 최소치 이상이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사고 항공기가 활주로에 진입한 각도에 관해서는 규정된 정상적인 각도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며 야마무라 부사장의 발언은 적어도 기장이 착륙 시도를 시작한 시점에는 가시거리가 확보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 언론은 사고 직전에 일대 시계가 급격히 악화됐으며 아시아나 항공기가 일단 고도를 높였다가 안개 등이 조금 걷히고 나서 다시 착륙을 시도했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NHK는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 시점에 가시거리가 짧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활주로 주변 시계 정보를 6초 간격으로 담은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고 발생 5분 전인 14일 오후 8시의 시계는 1800m였고 8시3분24초에는 1700m로 동쪽에서부터 착륙을 시도할 수 있는 최소치인 1600m를 넘었다. 하지만 8시4분12초에 1300m로 악화했고 8시4분18초에 750m, 8시5분30초 300m까지 축소됐다.

아시아나 항공기는 활주로 시작 지점에서 약 300m 떨어진 약 6m 높이의 전파 발신 장치와 접촉해 착륙 당시 고도가 낮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야마무라 부사장도 사고 항공기가 활주로에 진입한 각도에 관해서는 규정된 정상적인 각도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 여객기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활주로에 진입해 정밀계기착륙장치(ILS)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조종사가 육안으로 활주로의 위치 등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착륙 직전에 하강 기류가 있었을 가능성에 관해서도 검토 중이다.

한편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항공 162편(A320기)은 같은 날 오후 8시 5분께 히로시마 공항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73명과 승무원 8명이 타고 있었으며 27명의 경상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