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카스트로, 미주 정상회의 개막식서 만나 '냉전 마침표'

2015-04-11 13:46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0일(현지시간)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만났다.

두 정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이 손을 맞잡으며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종종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이날 베네수엘라 방송 '텔레수르'를 통해 전파를 탔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2013년 12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추모식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며, 지난해 12월 국교 정상화 추진을 선언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날 만남은 1962년 미국의 금수조치로 OAS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했던 쿠바가 회원국 자격을 회복한 이후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백악관은 개막식에서의 만남은 '비공식 대화'로 실질적인 내용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11일 따로 만나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회동이 성사되면 냉전 시대를 대표하는 양국의 정상회담이 50여년 만에 개최되는 셈이다. 두 정상은 지난 8일 따로 통화를 하며 회담 의제를 사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기자들과 만나 "회담의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두 정상은 국교 정상화와 대사관 재개설 협상 내용을 점검하고 남은 이견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앞서 열린 라틴아메리카 시민사회포럼에 참석해 "미국이 아무 일 없이 남미에 간섭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카스트로 체제를 강하게 비판해 온 쿠바 반체제 인사 2명을 포함해 남미의 인권활동가들과 이날 비공개 면담을 갖고 "매 순간 함께 하겠다"며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