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농가를 두번 울린 구제역 '물백신'
2015-04-05 18:38
최근 세계표준연구소(영국 퍼브라이트)가 기존 구제역 백신주와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분리된 구제역 진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학적 상관성(r1값) 실험 결과, 2011년부터 접종해 온 O 마니사 백신주와의 상관성이 상당히 낮다고 발표했다. 이는 백신의 면역력이 약하다는 뜻이다.
정부가 효능이 떨어지는 O 마니사 백신주를 고집한 탓에 구제역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을 세계표준연구소가 입증한 셈이다.
지금껏 정부는 구제역이 장기화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농가의 백신접종 소홀'을 주장하며 애꿎은 농가 탓으로 돌렸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농가가 철저히 지킨다 해도 구제역이 발생하면 무조건 20% 삭감된 살처분 보상금을 받으며 손실을 떠았다.
혹여나 항체 양성률이 낮으면 최대 500만원에 이르는 과태료도 내야 했다. 과태료 '폭탄'을 맞은 농가는 2013년 174건, 지난해 463건, 올해 3월21일 현재 87건 등 총 724가구로 집계됐다. '물백신' 접종을 소홀히 한 대가로 농가들은 36억2000만원어치의 눈물을 쏟아야 했다.
'물백신' 검증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를 어느누가 믿겠는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물백신'에 쏟아부은 예산은 24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전형적인 예산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물백신'사태를 인정하고, 행정쇄신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구제역 백신연구소가 오는 8월에 문을 연다. 늦은감은 있지만 환영한다. 이 연구소가 제대로 된 백신을 만들어서 농민의 마음에 자리잡은 농정 불신의 벽을 허물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구제역으로 상처받은 농심을 치유하는 역할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