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주도 AIIB에 위기의식 드러내

2015-03-18 15:08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지난해 10월 24일 21개국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AIIB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렸다. [베이징 = 중국신문망]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서방국가들의 잇따른 참여선언으로 탄력을 받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미국 정부가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이 17일(이하 현지시간) AIIB의 설립으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데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18일 보도했다.

루 장관은 "동맹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다른 다자 금융기구에서 미국의 역할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며 "미국의 국제 신뢰도와 영향력이 신흥세력에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그간 미국을 의식해 AIIB 참여를 주저했던 선진 7개국(G7) 국가들이 잇따라 입장전환에 나선데 따른 것이다. 앞서 G7 국가 최초로 영국이 가입 선언을 한 데 이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도 AIIB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호주도 참여를 고민 중이다. 

그는 "만약 공화당이 IMF 개혁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중국과 다른 신흥국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미국은 국제 규범과 관행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을 수 있다"면서 "미국이 IMF 리더로서의 역할을 지키기 위해서 의회는 개혁안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개혁안은 IMF 쿼터(출자할당액) 개혁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IMF 재원을 7200억 달러로 두 배 확대하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국(이머징마켓)의 지분율을 높이는 게 핵심 내용이다.

지분율은 IMF에서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을 결정한다. IMF 쿼터 개혁안을 승인할 경우 신흥국의 입지를 높여주는 동시에, 미국은 지분율 17.4%를 보유해 여전히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IMF의 주요 정책 결정은 85%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거부권도 그대로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루 장관은 "미국은 아시아 내 기간시설 투자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 AIIB 설립에 반대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새로운 은행은 지배구조와 대출에 요구되는 높은 국제기준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말해 AIIB 설립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어 "가입을 원하는 국가 누구라도 이러한 문제부터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동안 IMF와 세계은행(WB) 등 국제 금융기구를 진두지휘하는 경제 패권국 위치를 누려왔다. 이에 중국이 세계 금융질서 재편을 위해 추진 중인 AIIB 설립은 미국의 이같은 입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