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정치 개입하는 역사적 범죄자 안 될 것"

2015-03-16 16:19

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1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가정보원 정치개입에 대해 "역사적 범죄"라고 규정하며 국정원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5·16 쿠데타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원세훈 전 원장이 구속된 일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회피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이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국정원을 망치는 길"이라며 "국정원은 불미스러운 과거와 절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이 망가지면 안보가 무너진다, 작금의 안보 상황에서 국정원을 약화시키는 것은 역사적 범죄"라며 "저는 결코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언급하며 이 후보자의 정치 중립 의지와 국정원 개혁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유능한 사람들이 (국정원장으로) 와서 안보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관여하다 몰락하는 것을 여러 사례에서 봐 왔다"라며 "국정원이 바로 서려면 정치개입과 정치관여가 금지돼야 하며 국정원장은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정치관여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운다고 했다"면서 이 후보자의 국정원 개혁 의지를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정보기관은 국가 안보의 파수꾼이므로 정치 개입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면서 "이런 관점을 기준으로 국정원을 바르고 상식에 맞게 운영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국정원은 권력기관이 돼선 안 된다는 소신이 있다"라며 "국정원이 권력기관이라는 의식을 직원들로부터 배제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 개혁방안과 관련해 "국정원에서 해외파트는 창, 국내파트는 방패의 기능으로 나뉜다"면서 "통합해서 운영하되 각각의 자율성을 보장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국정원 전체 역량이 향상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정원을 두 파트로 분리해 운영하자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통합해서 운영하되 각 파트의 전문성을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바른 운영이다. 쾌도난마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국정원이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 전문가로만 구성되면 그것이 국정원이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5·16쿠데타와 관련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이 "교과서에는 5·16 '군사정변', '쿠데타'라고 기술돼 있는데 '쿠데타'라는 용어를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용어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교과서를 보지 못했다"라고 답변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상식적으로 교과서에 기록된 5·16쿠데타를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건 솔직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저는 역사적인 사건을 국가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의 관점에서 보는 습관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역사적 사건을 국가 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5·16은 국가 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이 후보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개입 혐의로 재판 중인 데 대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서 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