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구들장 데우듯' 국민통합 온기 확산될 것"

2015-03-16 06:00
국민통합 위해서는 계층갈등 해소가 가장 시급…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가 많은 사회를 만들어야
노사정대타협 "백번 대화해도 진정성없으면 이룰 수 없어"…"인내심 갖고 경청해야"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주진 기자 =저성장과 저물가로 인해 디플레이션형 경기 침체의 깊은 늪에 빠져들면서 실업문제와 소득격차로 인한 사회양극화가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구성원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면서 갈등양상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한국사회 갈등 양상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의 양극화를 첫손에 꼽았다. 

최근 리퍼트 미대사 피습사건으로 다시금 불거진 해묵은 이념갈등이나 최저임금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 복지와 증세 논쟁 등 사회적 대타협 없이는 좀체 풀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해, 배려와 같은 공동체의식이나 국민통합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대선공약이자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국민통합은 정부 출범 3년차가 되도록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극심한 사회 갈등으로 국론까지 분열되고 있는 이 상황을 대통령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민대통합위원회 활동이 박근혜정부와 함께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의 활동을 평가한다면?

국민대통합위원회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점이 나로서도 불만족스럽다. 국민대통합이라는 화두가 워낙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성과가 빠르게 도출되지 않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분열과 갈등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등 '압축갈등'을 겪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회 환경도 잘 안 따라주는 측면도 있다. 구들장을 데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데워지면 그 온기는 오래 간다. 우리 위원회는 구들장을 데우는 심정으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사회 곳곳, 국민 개개인의 생활 속에 국민대통합의 온기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위원회의 노력에도 여러 환경이 잘 안따라준다고 하셨는데, 한 예로 얼마전 리퍼트 미 대사 피습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해묵은 이념논쟁도 벌어지고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리퍼트 미 대사의 피습 사건은 매우 불행한 사건이다. 있어서는 안될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법적으로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으로 본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는 불식돼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해야 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국민 모두가 사회 전체를 생각해서 같이 마음을 모으는 자세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통합이란 말은 단순히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 구동존이(求同存異), 해불양수(海不讓水)의 자세로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이뤄질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지난 해 대통합위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사회갈등 유발요인 중 가장 먼저 여야 정쟁을 꼽았고, 두번째로 경제적 불평등, 세 번째는 이념 갈등을 꼽았다. 정쟁을 일삼는 여야 정치권에 정치원로로서 조언을 해달라.

과거 4선 국회의원에 당대표, 대통령 비서실장도 했고, 오랫동안 민주화투쟁도 했다고 자부한다. 내 정치 역정 속에서 느낀 것은 국가를 위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가라는 차원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자기 정파가 아니면 배척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여야는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책, 법,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가 불임국회가 되면 안된다. 정치인들이 좀더 많은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한광옥 위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지난 해 사회갈등지수 조사에서 OECD국가 27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사회갈등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사회양극화로 갈등양상이 더 복잡해지면서 사회통합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는?

한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압축성장으로 인한 사회갈등비용이 연간 84조~246조에 이른다고 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의 양극화로 인한 계층 갈등이다. 소득격차가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교육격차, 주거격차, 문화격차로 이어지면서 계층이 고착화되고 있다. 중산층이 많아야 사회가 안정이 된다. 마름모꼴이 안정된 사회 구조를 나타내는 형태인데, 마름모꼴이 이제는 삼각형으로 되고 있다. 자꾸 밑바닥의 빈민층이 커지고 중간의 중상층이 없어지고 상층부는 소수에 불과하다. 소수가 전체 부를 좌우하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중산층을 만들어내는 경제, 생활 구조가 되어야 된다. 계층이 고착화되면 사회발전이 없다. 모든 것이 돈으로 연결되면 경제적 약자의 신분 상승은 불가능하다. 돈-일류학교-좋은 직장으로 일률적으로 연결되는 프레임은 안된다. 옛날처럼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고, 기회의 사다리가 많은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민통합이 이 시대의 최대 명제라 할 수 있다.

- 정부가 이달 말까지 노사정 대타협 이루겠다고 하는데, 별로 진척은 없는 것 같다. 1기 노사정 위원장도 하셨는데, 당시 현안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협상 해법을 제시한다면?

노사정위원회를 만든 초대 위원장으로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왜 못하느냐’ 이렇게 말하기도 그렇고(웃음)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잘 안 풀리니까 답답하고.
내가 노사정위원장 하면서 느낀 거지만,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내는 게 참 어렵다.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때도 참 어려웠다. 짧은 시간 내 노사대타협을 이루지 않으면 IMF에서 돈을 주지 않겠다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백번 대화를 해도 진정성이 없으면 안된다. 인내심을 갖고 경청하면 핵심이 파악된다. 기업에서도 노사가 도표 하나 그려놓고 ‘이익은 얼마 나왔다, 손실은 얼마다. 우리가 같이 살려면 운용은 이렇게 해야 한다’ 아주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 서로 감추고 필요 없는 의심을 해서는 안된다. 내가 처음 만들었던 민화협의 경우도 130여개 단체가 모인 곳이었고, 내가 협상 대표로 나서서 1년 동안 극비로 진행했던 DJP연합도 다들 안될 거라고 했지만 결국 이뤄냈다.
국민대통합위원회도 초대 위원장을 맡았는데, 내 팔자소관이려니 한다.(웃음)

-국민대통합위 정책이 각 부처와 잘 공유되면서 함께 잘 추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관 주도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통합위의 위원은 각 부처 장관이다. 국민대통합 종합계획도 각 부처와 협의해서 만들었고, 각 부처와 함께 시행하고 있다. 국민통합은 우리 위원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사회 각 분야의 상호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민간 차원에서 국민적 합의와 실천이 중요하고,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어야 성공 가능하다.
국민대통합이라고 하니 국민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형이상학적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줄 서기와 음주·흡연문화 개선 등 작은 것이지만 국민통합에 큰 역할을 하는 게 있다. 이것이 바로 통합의 기초이다. 기본적인 것부터 지키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민대통합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통합 뿐 아니라 민족통합, 즉 통일 문제도 박근혜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어젠다인데,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역할과 계획은?

국민대통합은 곧 남북통합의 인프라다. 독일 사례와 같이 남북통일은 에상치못한 시기에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하루속히 남남갈등을 해소해야 한민족 최고의 대통합인 남북통일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매치시키면 우리 국력이 급상승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통일, 반드시 후손들에게도 물려줘야 할 것은 통일이다.
올해가 광복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만큼 민주평통 등 관련기관과 공동으로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평화통일 대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전북 전주 △중동고·서울대 영문과 △민추협 대변인 △11, 13, 14, 15대 국회의원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부총재 △노사정위원장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상임고문 △새누리당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