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유전 질환 소녀 안락사 공개 요구, 안락사 논란 재개되나

2015-03-01 22:20
낭포성 섬유증 10대 소녀, 유튜브에 안락사 허용 요청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유전 질환을 앓는 10대 소녀가 공개적으로 안락사 허용을 요청하면서 안락사 논란이 재개될 조짐이다.

칠레에서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유전성 질환을 앓는 소녀 발렌티나 마우레이라(14)는 최근 휴대전화를 이용해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낭포성 섬유증은 주로 백인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기도와 기관지 폐쇄, 세균 번식에 따른 염증, 소화 불량 등을 유발한다. 폐 손상과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발렌티나는 바첼레트 대통령에게 이 병을 안고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고 힘들다며 안락사 허용을 요청했지만 칠레 정부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알바로 엘리살데 대변인은 "소녀의 요청에 애잔한 감정을 갖지 않을 수 없으나 안락사는 국내법에서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발렌티나의 아버지 프레디 마우레이라는 “딸이 바첼레트 대통령을 만나기 원하고 의사 출신인 바첼레트 대통령이 딸의 성장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돈이 없어 같은 질환으로 6살 아들을 잃었고 딸이 존엄한 방법으로 죽는 것을 바랄 뿐이지만 딸이 병마와 싸우겠다면 계속 곁에 있겠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칠레 언론에 따르면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전날 발렌티나가 입원 중인 산티아고 시내 병원을 방문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병실에서 발렌티나와 이야기를 나눴고 발렌티나는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회로 발렌티나의 사연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