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박영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이구동성…방법은 대립각

2015-01-22 15:34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1세미나실에서 열린 '오픈 프라이머리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여야를 대표하는 3선의 중신 여성 의원들이 22일 한목소리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위원장 원혜영)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오픈프라이머리 토론회에는 각 당을 대표해 나경원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공동 발제를 맡아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정치혁신’을 위해 여야가 각각 꾸린 혁신위가 처음으로 정책공조차 함께 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나 의원과 박 의원 모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3선의 대표 여성 정치인이고 매 지방선거 때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인사란 점에서 이날 맞짱 토론을 기대하는 이들로 토론회장은 시작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나경원·박영선 두 의원 모두 발제를 통해 “오픈프라이머리는 그간 당 지도부 등 일부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전략공천의 폐해, 그에 따른 계파 갈등을 종식킬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공천·선거개혁소위원장인 나 의원은 발제에서 “그동안 공천을 받으려면 지도부의 눈치를 봐야 했는데.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국민 눈치를 보는 정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거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계가 18대, 19대 총선에서 서로 엇갈린 공천을 한 이른바 ‘공천보복’을 언급하면서 “소수 지도부에 의한 전략공천도 하면 안되고, 국민경선 역시 ‘체육관경선’이란 문제가 있었다”면서 “공천권을 소수 지도부가 독점하지 않고 국민에 돌려주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여야가 같은날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 전도사를 자처하는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도 “공천민주화는 가장 시급한 정치개혁 과제고, 그것의 핵심이 오픈프라이머리”라며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집권여당은 ‘청와대 거수기’에서 해방되고, 야당은 계파정치로 대변되는 배타정치를 청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두 의원 모두 적극 필요하단 입장이었지만, 구체적인 도입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나 의원은 “예비선거인제도를 도입해 선거관리위원회 주관하에 같은날 전국에서 동시에 예비선거가 이뤄져야 한다”며 “예비선거인에는 그 지역 모든 유권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박영선 의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도입한 ‘톱투(TOP-TWO) 프라이머리’ 방식이 한국 정치지형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톱투프라이머리 방식은 정당 소속에 관계없이 모든 후보자가 예비선거에 참가하고 최고 득표자 2명이 본선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정치신인 등용, 선거비용 등 오픈프라이머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나 의원이 말한 방식보다 톱투프라이머리 방식이 적합하다”며 “지역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특히 영호남 지역의 ‘공천=당선’ 공식을 깰 수 있고 소수 정당에게도 기회를 부여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에 충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호남 주민이더라도 새누리당을 찍고 싶어할 수 있는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2명만 본선에서 경쟁할 경우) 정당 민주주의에 반할 수 있지 않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 그룹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따른 장점과 부작용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 말씀하시는데, 사실은 (공천권을) 그동안 숨어있던 정당 지지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도입에 찬성했다. 그는 다만 “4년마다 (국회의원) 물갈이를 얘기하는데 바뀐다고 좋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현역 의원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제도로 설계돼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대한민국 정당정치가 정상화되고 국민 신뢰를 받으려면 ‘국회 충원과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출발점”이라면서 오픈프라이머리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여야가 서둘러 당헌·당규 고칠 부분과 선거법 바꿀 부분을 명쾌히 하고 로드맵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략공천이 절대악이 아니며, 오픈프라이머리 역시 절대선이 될 수 없다”면서 부작용도 우려했다. 그는 모든 정당이 같은 날 오픈프라이머리를 치르는 데 따른 위헌 소지와 대규모 선거인단 동원의 난점 등을 과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공천권을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 정당이 자주적으로, 독립적으로 잘 해결해야 할 공천문제에 국민을 끌어들이는 것 또한 정치권 전체의 책임 회피 아닌지 자성할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미국도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당선된 의원과 정당간 관계가 느슨해지는 등 정당충성도가 낮아질 것”이라며 “정당에 당원이나 지지자가 없는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그나마 소수로 남은 정당내 인사간 파벌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여야 혁신위원장들은 이같은 제도의 장단점을 잘 반영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적극 나설 것이며 여야간 ‘정치혁신’ 공조도 다짐했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오픈프라이머리로 선거비용이 많이 들고 현역 재선율이 높다는 등의 단점이 지적되지만 국민 주권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정치혁신의 핵심”며 “여야가 합의해 정치인의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도 “정치 혁신 과제 중 한 당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20%에 불과하고 여야 공조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80%”라며 “이번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논의를 계기로 여야 혁신 경쟁과 공조를 구체화해 성과를 내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