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임대 '뉴스테이'] 대림·대우 페이스메이커… 대형 건설사 주판알 튕기기 '분주'
2015-01-13 14:54
자회사 만들면 부채 증가 없이 대출도 가능...5% 수익률 현실화 관건
건설업계에서는 각종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담은 유인책을 반기면서도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이견을 보였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 건설사 중 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SK건설·한화건설 등 7곳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참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룹사에 속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한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이 사실상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권혁진 주택정책과장도 "임대사업 참여 시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대한 부담감이 큰 그룹 계열사보다는 그룹사에 속하지 않은 대형 건설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달 중 1~2곳의 사업 참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은 검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며, 현대건설과 같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참여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 건설사는 이미 유사한 사업 경험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사업 참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난주 인천 도화동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이번 정책과는 별개로 진행하던 것으로 첫 임대주택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지난 2011년 경기 김포에 분양했다 미분양이 발생한 ‘유로메트로’ 1810가구 전체를 전세계약으로 돌려 완판한 경험이 있다”며 “기업형 임대주택사업과는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임대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사업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 토지 매각 할인율과 대상 사업지 등 세부적인 수치와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 데 아쉬움을 표시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LH가 보유한 용지를 할인 매각한다면 할인율이 몇 %인지, 용적률은 얼마나 줄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없어서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세제 혜택도 좋고 규제가 많이 완화된 것도 좋지만, 입지가 제일 중요한 만큼 정확한 사업지를 명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택지, 세제, 금융 등 전방위 지원을 통해 현재 1%대에 불과한 민간시행자의 예상 세후 수익률을 5%대로 끌어올린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토부에 따르면 통상 건설 임대사업의 예상 수익률이 약 3%, 금융비용·세금 등을 고려한 민간 건설사의 세후 수익률이 1% 중반에 불과하다.
이에 용적률을 완화해 사업시행자의 세후 수익률을 2.1%포인트 높이고, 공공택지를 10% 이상 싸게 공급해 1%포인트, 임대소득세·취득세·재산세·양도세 등 지원으로 0.8% 포인트, 기금 이자 인하로 0.5% 포인트 높인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반분양 수익률을 7~8%로 잡는 점을 감안할 때 5~6%의 수익률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익률 5~6%를 목표로 하기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건설사의 지배력이 없는 경우 재무제표 연결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SPC가 연결 대상에 포함될 경우 기금과 보증금이 고스란히 모회사의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기금과 보증금을 전부 부채로 잡아 임대기간 중 일정 수익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부채비율을 안고 가는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대형 건설사의 경우 1~2건의 사업에 참여할 때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규모가 조금만 커지면 SPC를 연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주택 브랜드와 차별화된 서브 브랜드를 만들고 거기에 스테이를 붙이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면 분양주택 입주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기업형 임대주택도 결국은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분양주택과) 별도로 사용하는 게 맞다”며 “다만 국가 정책상 스테이 개념이 도입된 만큼 새로운 브랜드를 고안해서 스테이를 붙이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건설산업 전문가들은 이들 대형 건설사의 참여 여부 보다는 장기 투자자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임대주택을 누가 건설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대기업이 들어온다고 해서 성공하거나 바람직한 정책은 아니다”라며 “기금이나 리츠 형태의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임대사업자들이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분양시장이 워낙 좋아 대형 건설사들이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에 관심이 많지 않고 정부 정책 입법화 과정이 필요한 만큼 2~3년 뒤 분양시장이 꺾이면 검토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대림산업이나 대우건설이 성공적으로 사업에 진출하면 다른 건설사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